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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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을 꿈꾸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출생은 어느 정도 예고가 있지만 죽음은 예고없이 다가온다. 특별한 경우에는 자신의 죽음을 아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직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내가 죽게 될지 모르니 무엇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지 못했다. 내가 아는 어떤이는 늘 유서를 준비한다. 그것이 비관적이여서가 아니라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을 가지면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헛되이 보내는 이 순간이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을 생각하기 이전에 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우리들은 만날 때 반갑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말한다. 같은 말임에도 만날 때는 반갑게 인사하지만 헤어질 때는 슬픔이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고, 내 죽음은 확실하다.

하지만 오늘 나는 살아 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던 수전 스펜서-웬델. 이십 년  가까이 법원 담당기자를 하던 그녀가 2011년 6월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다가온 현실을 절망적이다. 이제 자신의 힘으로 할수 있는 일들이 없어질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할일도 많고 가족들과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내가 가장 두려워한 건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 - 본문 28쪽

 

우리들은 그녀에게 닥친 현실이 절망이라고 생각한다. 근육이 죽어가니 이제 걷는 것은 물론자신의 힘으로 작은 연필 하나 들 수 없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우리가 생각해볼수 있을까. 막연한 느낌으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삶이 슬플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은 벗어난다. 그녀는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며 남은 시간들을 희망과 행복으로 채워간다.

 

키보드를 누를 힘조차 없는 그녀가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유일하게 움직일수 있는 엄지 손가락으로 아이폰 터치스크린을 한 글자씩 눌러 글을 남겼다고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삶을 담담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없다면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이들일 것이다. 물론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지만 아이들이 엄마없이 지내야하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기에 그 아이들을 두고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먹먹해져온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 아파하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대부분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면 절망하며 슬퍼할 것이다. 그녀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남은 시간들을 행복과 희망으로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내게는 오늘이 있다. 내게는 더 줄 것이 남았다. 끝이 다가오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 본문 479쪽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준 그녀가 며칠전 우리 곁을 떠났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을 마치고 이제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녀는 떠났지만 우리에게 그녀의 이름과 희망이라는 이름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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