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 눈이 깊은 아이 문학을 보다 1
방정환 글, 이일선 그림 / 눈이깊은아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만년샤쓰'는 초등학교 필독서이기에 아이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읽은 책이지만 이번에는 그림책으로 만나본다. 처음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의미일지 잘 몰라 아이가 정말 궁금해했다. 지금은 '셔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지는 샤쓰. 책을 읽다보면 촌스럽지 않고 정겨운 '샤쓰'가 된다.

 

 

고등보통학교 1년급 을조 창남이는 반에서 인기가 많은 쾌활한 소년이다. 비행사 안창남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하여 친구들에게 '비행가'라 불린다. 시원스럽고 유쾌한 창남이는 항상 해어진 모자와 궁둥이에 조각조각 붙인 양복바지를 입고 다닌다. 이런 옷차림을 보면 집안이 그리 넉넉한 친구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처음 이 책을 읽을때 공감하지 못한 부분은 해어진 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때만해도 없어서라기 보다는 습관처럼 옷을 수선해서 입었다. 구멍난 양말을 바로 버리지 않고 해어지거나 구멍난 옷이 있으면 그옷에 예쁘 장식을 대어 몸에 맞지 않을때까지 입곤 했다. 지금 아이들이 해어져서 옷을 입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전보다 옷감이 좋아졌을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새 옷을 구입하는 아이들이 하나의 옷이 해어질때까지 입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창남이의 성격이 활발하고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아이들은 창남이의 집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그의 집이 궁금하여 뒤쫓아 가보려했지만 중간에서 실패하고 만다. 이십 리 밖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친구들이 먼 거리를 따라가다 포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몹시 추운 겨울 날 한 번도 결석하지 않는 창남이가 오질 않는다. 왜 오지 않을까 궁굼해하는 친구들. 첫째 시간이 반이나 지나 교실로 들어오는 창남이의 모습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웃게 만든다. 오른 쪽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싸맨 후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맸다. 자신이 늦을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창피한 기색없이 말하는 창남. 체조 선생은 학생들에게 모두 웃옷을 벗으라고 말한다. 모두들 선생님의 말씀에 웃옷을 벗는데 창남이만 벗지 않고 서 있다. 얼굴을 푹 수그리고 빨개지며 머뭇거리는 창남.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항상 당당하기만한 창남이였는데 오늘만큼은 다르다.

 

"선생님, 만년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샤쓰? 만년샤쓰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 본문 중에서

 

 

창남이가 웃옷을 벗지 못한 이유는 만년샤쓰 때문이다. 제목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이다. 절대 웃을수 없는 장면이다. 창남이는 유머스럽게 표현했지만 정말 슬픈 장면이다. 아주 추운 겨울 날 하나의 옷만을 입을수 밖에 없는 소년. 벗겨진 신발을 여러번 묶어서야 학교로 올수 있었던 소년.

 

우리의 잣대로 본다면 창남이의 현실은 비참할 정도이다. 그건 우리의 기준일 뿐이다. 누구보다 밝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이다. 누구나 자신의 현실에 만족할수는 없을 것이다. 당장 바꾸지 못할 현실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고 이겨내야 할 것이다. 창남이를 보면서 작은 일에도 현실을 원망하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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