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은조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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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 앞날개 중에서

 

우리들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기에 관계를 맺지 않을수는 없을 것이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관계속에서 크고작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친구와의 관계, 부부의 관계,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도 그 관계 속에서 벗어날수 없기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표제작인 수박을 포함해 전원주택, 바람은 알고 있지, 우리들의 한글 나라, 비자림, 가족사진, 효녀 홀릭,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 등의 여덟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야기마다 만나는 관계속에서 우리들은 행복을 보기보다는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진짜 모습이지만 가끔은 가면을 쓰고 행복이라는 가짜 옷을 입고 진짜 행복하다고 느끼고 싶을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덟 작품중 우선 표제작인 <수박>을 이야기하지 않을수 없다. 난주는 오빠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오빠는 옷을 빼돌려 인터넷 쇼핑몰에 팔다가 걸려 난주까지 곤란하게 만든다. 오빠의 일을 처리해야하고 올케언니까지 자신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해온다. 거기에 남편은 아이를낳고 싶어하는 난주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아무 관계도 없는 노인과 함께 수박을 먹으며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들을 뱉어낸다. 노인의 조언처럼 수박씨를 뱉어내듯.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툭……." - 본문 91쪽

 

여름이면 누구나 찾는 시원한 과일인 수박을 먹는 재미중 하나는 씨를 톡톡 뱉어내는 것이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시원하게 뱉어내지만 어떤 이는 누가 볼까 자신의 손에 조심스럽게 뱉어낸다.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시원하게 뱉어내는 이가 있는반면 어떤 이는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씨를 입안에 담아두고 있듯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번 맺은 관계를 펑생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족이나 부부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절대 끊어져서도 안되고 끊어지고나면 마음의 상처가 어느것보다 클 것이다. 책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들을 보면서 그들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상처는 우리들도 마주하는 것들이다. 부모, 형제, 친구 등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들은 수박씨처럼 툭, 툭 뱉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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