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 <변호인>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났던 작품들을 책으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책들을 만나면서 다시 그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영화속 이야기나 장면속에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수 있다. 그것들을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한번 귀기울이고 그들의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변호인>의 저자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 작품인데 다시 소설을 통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천만관객이 넘게 본 영화이기에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나또한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던 그 일을 다시 마주하며 우리들은 또다시 슬퍼하고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평범한 우리들이 공권력 앞에서 정말 무기력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말그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을 버릴수 없다. 하지만 영화속 유명한 대사로 인해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게 되는지도 모른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져서 모래가 되고,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 본문 88쪽

 

상고 출신의 변호사 우석은 같은 변호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학력과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석은 눈의 가시처럼 불편한 존재이다. 그런 그가 변호사들의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부동산 등기, 세무 등의 일을 하는 그는 돈독이 오른 상고출신 변호사일뿐이다. 그런 그가 변한다. 운명인 것일까 아니면 숙명인 것일까. 그는 이제 누구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변호사인지 스스로 알아간다.

 

어려운 시절 국밥을 먹고 돈이 없어 도망치듯 나온다. 이제 성공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니 그곳이 생각난다. 그때의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인지 이제는 내일 그곳에 가서 점심을 해결한다. 국밥집 주인 순애는 어머니처럼 늘 반겨주고 그녀의 아들 진우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주며 열심히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렇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을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이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나누고 싶은 마음에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진우는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잡혀 온갖 고문을 당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빨갱이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짜고치는 고스톱인것처럼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재판을 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누구하나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요? 목표요? 진우, 무죄잖아요. 맞는 걸 맞다, 틀린 걸 틀리다 말하는 것에도 이유와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 무죄잖아요? 진우, 무죄!" - 본문 220쪽

 

유무죄의 재판이 아니라 형량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 무죄인줄 알면서도 형량을 줄이는 재판을 하려는 사람들. 그것이 거짓된 재판인줄 알면서도 지켜볼수 밖에 없는 사람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은 힘이 없어 굴복하고 마는 현실이다. 우석은 무죄인줄 알면서도 유죄로 몰고가는 현실을 인정할수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싶을 뿐이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인것처럼 살야야 했던 때가 있다.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해서든 죄인으로 몰고간 사람들. 더 슬픈건 그들이 아직도 남아있고 너무도 편히 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무거운 것은 아마도 그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