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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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가족이지만 좋아하는 책 장르도 다르고 취향도 각양각색입니다. 간혹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나 책이 있으면 서로 읽으려 하는 다툼도 가끔 하게 됩니다. 특히 김려령 작가는 우리가족 모두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책이 출간될 때마다 게으른 엄마가 미처 챙기지 못하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용돈을 모아 살 정도입니다. 김려령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완득이>입니다. 작은 아이는 고작 유치원생이였기에 그 당시는 책을 못봤지만 2011년 영화를 보고나서 읽었습니다. 언니와는 다르게 책이 나온지 한참만에 읽은 것입니다. 작은 아이는 그때부터 작가의 책은 모두 읽고 사인회도 다녀올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사인도 받고 작가님께 이름이 예쁘다는 칭찬(?)까지 받아서인지 특별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우아한 거짓말>도 출간되자마자 읽은 책입니다. 물론 아이들과 영화로도 만났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우리들은 다시한번 이 책을 만납니다. 출간당시 읽었을때도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제 작은 아이가 천지와 같은 나이가 되어서인지 그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아마 그 나이 또래의 부모들이 본다면 정말 찢어지는 마음의 고통을 안게 될 것입니다. 읽는내내 천지의 곪을대로 곪아터진 마음속의 상처들이 눈에 보이니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이야기가 시작하기전에 충격적인 문구가 먼저 보입니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던 아이가 오늘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아이가 그렇게 바라던 내일마저 포기하게 만든 것일까요. 아니 누가 그 아이의 내일을  빼앗아간 것일까요.

 

아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언니 만지와 함께 살고 있는 천지. 이제 중학생이 된 천지는 힘들게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속깊은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생일선물로 MP3를 사달라고 합니다. 엄마는 전세돈을 올려주어야하니 다음에 사준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천지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아이는 그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와 언니 만지는 이해할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속깊은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한것일까요. 언니인 만지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천지였습니다.

 

착한 아이였기에 그런 상황들을 묵묵히 받아들인 것일까요. 만지의 말처럼 멍청한 아이가 아니라 착한 아이였습니다. 우리들은 간혹 아이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참으면 바보같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

 

공기 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 청정기는 없을까? - 41쪽

 

교묘하게 누군가를 따돌리는 일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화연이는 생일파티가 2시이면서 일부러 천지에게만 3시라고 알려줍니다. 천지는 알면서도 일부러 3시에 갑니다. 어차피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흉을 본다는 것을 알기게 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3시에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화연이와 그것을 보고도 모른척하는 아이들. 아니 함께 그런 상황을 즐기는 아이들입니다.

 

나는 더 이상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때문에 모두 용서하고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이제 나쁜 아이가 되어서 갑니다. 용서를 해야 편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보다 편하고 싶어 떠나는 게 아닙니다. 내 몸이 더 이상 이곳을 원하지 않아서 떠납니다. 분명히 말하고 가겠습니다. 용서하지 않고 떠난다고……. 하지만,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 본문 113쪽~114쪽

 

천지가 죽음으로써 진실이 하나씩 밝혀집니다. 그전에는 누구도 알려하지 않았고 모르는 일이였습니다. 그것이 마음 아픕니다. 한 아이의 죽음으로 그 아이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합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가 알려고 했더라면 천지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을까요. 천지처럼 이 곳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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