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데미안'이다. 학창시절 많은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책속 인물들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은 내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싱클레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데미안을 읽으면서 나는 그 아이가 떠올랐다. 내 친구의 남자친구이지만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물론 당사자는 자신이 그렇게 불린다는 것을 모르고 친구들과 나는 그 아이를 '싱클레어'라고 부른 것이다. 이 책을 만나니 문득 '싱클레어'라고 불리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얼마전 친구를 만나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아닌 학창시절 우리들의 싱클레어를 이야기 하였기에.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모습을 만날수 있는 책이다. 소설이 아닌 이 책에서는 민낯의 그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을 몇편 읽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받은 작가이고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어했다는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그를 좀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그 중에 하나는 그의 그림 솜씨이다. 그가 그린 작품들을 만날수 있는데 단순히 취미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가 그린 그림을 만나는 좋은 시간이 된다.   

 

 

헤르만 헤세는 정신적 고통을 받으며 자살시도도 하고 칼 구스타브 융의 제자 요제프 랑에게 정신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아마 그는 자신의 이러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것은 아닐까. 우리들이 고통과 마주할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들은 고통없는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행복과 고통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우리들은 살면서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지만 어쩌면 우리들은 그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고통에는 한계가 있는것처럼 보인다. 한계에 이르면 고통은 끝이 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색채를 띠게 된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하겠지만, 그럴 때의 고통은 생명이자 희망이다. - 본문 232쪽

 

 

'삶을 견디는 기쁨'. 책을 읽다가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다. 어떤이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사는 것이 지옥 그 자체라고 말한다. 우리들도 가끔은 지옥같은 삶이라 생각하고 어느 순간에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나에게 닥친 고통을 피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느냐는 나의 몫일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작품과 그림으로 이런 것들을 견디어 냈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조건 없는 행복, 삶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3부로 구성된 이야기속에서 우리들에게 그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고통을 견디어내고 그것으로 다가오는 행복의 기쁨이 무엇인지.

 

 

질곡 많은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작품을 통해서 만났던 그는 우리들과 조금은 멀리 있는 사람이였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누구보다 처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신적인 고통이야말로 어떠한 고통보다 크지 않을까.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며 우리들에게 작품으로 다가왔다. 소설의 인물을 통해 보여주던 자신의 모습을 이제는 우리들에게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으로 한 걸음 다가오고 있다.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우리들에게는 위로로 전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어려운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보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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