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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양이, 짱 ㅣ 파랑새 사과문고 77
김원석 지음, 민은정 그림 / 파랑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상처 때문일까요? 얼굴에 붕대를 하고 있는 빨간 고양이를 볼수 있습니다. 강렬한 빨간색을 가진 고양이. 색깔만큼이나 눈빛도 강렬합니다. 이 고양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붕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혈통있는 '이집션마우'라는 고양이 종에서 이름을 따온 '마우'. 마우는 새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못할 비밀을 숨긴 마우. 그 비밀을 안고 세 마리의 새끼가 태어납니다. 어미와는 전혀 다른 빛깔을 가진 검은 고양이,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는 빨간 고양이와 혈통있는 수컷 아비시니아 고양이를 닮은 고양이.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세 마리의 고양이가 태어난 것입니다. 마우는 자신의 비밀을 들통날까봐 두려워 자신이 낳은 빨간 고양이를 버립니다.

버림 받은 고양이 짱. 털 빛깔도 눈에 띄고 다리가 불편한 고양이입니다. 어미젖도 제대로 먹지 못한 빨간 고양이가 만난 것은 늙은 개 '그랜 망'입니다. 할머니를 뜻하는 '그랜'과 우리말에서 할머니라는 뜻인 '할망'의 '망'을 짜깁기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그랜 망은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며 짱을 키웁니다.
짱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꿈 고양이였다. 꿈 아파트에서 다른 고양이, 개 들과 함께 꿈을 펼쳐 나가는 꿈 고양이. - 본문 16쪽

한쪽 뒷다리 발목이 없고, 귀 하나가 잘 들리지 않는 고양이 짱에게 그랜 망은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혹독하게 가르쳤습니다. 우유를 떼고 이유식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때쯤부터 잘 듣지 못하는 한쪽 귀를 아주 듣지 못하도록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네 발에는 모래주머니를 채웠습니다. 걷기는커녕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인데 그랜 망은 한시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자신을 키워준 것은 고맙지만 이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그랜 망이 원망스럽고 그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우리는 흔히 오늘을 산다. 그런데 오늘만 살아서는 안된단다. 어제를 보고 오늘을 살고, 또 내일에 대한 꿈을 가꾸며 오늘을 살아야 한단다. 그러니 넌 내가 가르치는 걸 잘 익혀야 한단다. 알겠니? - 본문 129쪽

그랜 망의 혹독한 훈련으로 짱은 신체적인 불편함이 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고양이가 됩니다. 길고양이가 아닌 꿈 고양이가 된 짱과 그랜 망의 단란한 시간을 위협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블랙캣과 깡통 무리. 그 무리들은 함께 다니지만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다릅니다. '사람들이 하는 못된 짓을 보고 피해를 당하며 살았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는 각오로 뭉친 블랙켓 무리와 '우리를 내다버린 사람들을 어떡하든 못살게 굴자'는 것이 삶의 목표인 깡통 무리들. 이 무리들과 짱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집니다. 처음 이들의 싸움의 중간에 있던 '공주'라는 이름의 고양이까지 등장하면서 '마우'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비밀이 밝혀집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고양이와 개가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볼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기심을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이 감추고 싶고 보여주고 싶지않은 못난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버려진 고양이들이 상처를 마음에 품고 거리를 떠돌며 인간에 대한 미움을 키워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짱과 서로 다르지만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배워나가야하지 않을까합니다. 또한, 더 이상 동물들이 버려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