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아직 책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작가나 작품, 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콩닥콩닥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사랑 이야기들이 좋아졌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문학은 아니지만 하이틴 로맨스를 읽을때도 그런 이야기들에는 관심 없었다. 이 세상의 고민을 혼자 짊어진 것처런 어두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와서 왜 그런 이야기들이 좋아진 것인지.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가끔 일본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만나게 된다. 일본작품에 대해 호불호가 강한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역시 그들의 생각을 굳히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읽는 사람의 몫이기에 누구의 생각이 옳고 그르다라고 말할수는 없다. 장르의 구분없이 다양하게 읽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부담없이 읽어갈수 있는 책이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이른바 모범생으로 통하는 '후지사와 에리'. 공부든 스포츠든 모든 방면에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난적이 없다.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꽃을 재배하는 농가의 막내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면이다. 자기안에는 남들에게 말할수 없는 비밀이 있고 '착한 아이'의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파도 위에서 일어서는 법을 배운 '야마모토 미쓰히데'. 어려셔부터 보드를 타고 파도를 잘 읽고 몸으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본 탓인지 사람을 사귈때조차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거리를 둔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 자꾸 시답잖은 개그성 발언을 날린다. 친구들에게는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듣고 있는 아이다.

 

아무리 힘든 파도라도 내 발로 스르륵 타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이 세상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본문 6쪽

 

이렇게 다른 두 아이. 연관성이 전혀없 보이는 두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화자가 되어 번갈아가며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마음 아픈 가족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아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 서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연기하고 지내는 것이 힘들고 지쳐서일까. 그들은 뜻하지 않는 거래를 하게 된다. 다소 위험한 거래이다. 우리들이 상상할수 없는 거래를 통해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이제는 조금씩 자신의 마음속 무거운 짐들을 내려 놓는다.

 

한편으로 나는 항상 미쓰히데가 불러주기만을 속을 바작바작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물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매번 미쓰히데의 인내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로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 본문 160쪽

 

고등학생 두 아이가 누구보다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다. 아직은 모든 것에 서툴기만 한 두 아이가 자신의 미래, 가족의 죽음, 정체성, 타인과의 관계 등 감당해내기 힘든 일들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등학생들의 생활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읽어가면 이야기가 힘들게 받아들여진다. 청소년기의 아이들 둔 부모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더더욱 그럴것이다. 하지만 에리와 미쓰히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마음으로 읽어나가려 노력한다면 그들의 아픈 성장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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