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입술 귀이개
최선영 지음, 김선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친한 친구 몇 명이 함께 다니다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있으면 혹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건 아닌가하는 생각. 그들이 눈빛을 교환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면 소외감도 느끼고 내 흉을 본건 아닌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이 있었고 오래전 일기 내용이 이 책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 놓은 작가의 일기속 문장이 이 책을 탄생하게 만들었네요^^

 

요술 귀이개가 있으면 좋겠다! ○○○ 때문에 화가 난다.

 

 

정원이는 지수, 윤서와 함께 삼총사라 불립니다. 정원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 사물함 앞에서 귓속말을 하고 있는 지수와 윤서.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도대체 친구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화가 납니다.

 

 

집에 돌아와 엄마를 따라 인사동을 가는 정원. 사진작가인 엄마는 인사동을 자주 나가는데 다른때 같으면 따라 가지 않을텐데 오늘만큼은 집에 혼자 있기 싫어집니다. 그럼 진짜 왕까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엄마를 따라나섭니다. 마음이 좋지 않으니 모든게 시시해 보입니다. 생각없이 길을 걷다 우연히 코끼리 코를 발견합니다. 인사동에서 빨간 원숭이를 본적은 있었지만 코끼리를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코끼리 코를 따라가보지만 얼굴과 몸통은 보이지 않고 코끼리 코만 길게 이어져 있을 뿐입니다.

 

 

긴 코를 따라가다 보니 '코끼리 만물상'이 보입니다. 신기한 가게만큼 주인 할아버지의 모습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똥그란 눈에, 콧구멍은 하늘을 향해 벌렁거렸고, 두툼한 입술은 주름이 자글자글합니다. 정원이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백살도 더 돼 보입니다. 가게 안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정원의 눈에 빨간 입술 모양 장식이 있는 귀이개가 눈에 띕니다.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떼를 써서 결국 빨간입술 귀이개를 사가지고 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너무 자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에쁜 선물을 받았다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아직 지수와 윤서와는 화해하지 않았습니다. 생일파티에도 두 명만 빼고 초대를 합니다. 많이 올거라 생각하고 엄마손 피자에 예약도 하고 기다리지만 지안이만 오게 됩니다. 가장 기뻐야할 생일파티인데 가장 슬픈 날이 되었습니다. 학교에 가도 이제는 친구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말을 하면 궁금하여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귓속이 계속 간질거립니다. 새로 산 귀이개로 귓속을 살살 긁으니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을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껏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마음대로 해석했지만 아이들의 속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였습니다.

 

우리들도 종종 그런 실수를 하게 됩니다. 내 생각대로 해석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않고 눈에 보이는대로 우리 마음대로 해석해 버립니다. 아직은 친구들과 서툴게 관계를 맺어가며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 실수를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내 생각이 아닌 친구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젠 신비한 귀이개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친구들 속마음을 다 들을 수 있으니까.  

'들어 봐, 정말 들린다니까!' - 본문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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