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만만치 않은 책이다. 재미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600여쪽의 만만치 않은 분량의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윈터스 테일. 학창시절 수학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모르겠으면 해답지를 살짝 보곤 했다. 나 혼자의 힘으로 풀어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해답지를 보며 답이 아닌 문제해결방법을 찾게된다. 책에서 해답지와 비슷한 것은 작가나 번역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솔직히 책을 읽다가 중간에 '역자 후기'를 살짝 보았다. 그 내용을 보면서 얽혀있는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간다.

 

다행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였나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역자 후기의 내용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 읽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작품의 줄거리나 요점을 기가 막히게 추려내는 소위 '요약의 달인들'이 있다. 그런 재주꾼들은 아무리 긴 영화를 보더라도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하게 몇 마디로 정확히 요약해낸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윈터스 테일>을 읽는다면 어떤 서평을 써낼까? 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정의할까? - 역자 후기 중에서

 

오기로 읽은 책이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주인공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바로 찾아낼 것이라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게했다. 대부분의 책들은 좀 빠르게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속도도 더디고 바로 이해되지 않아 한참을 생각해보며 이야기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를 힘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게 만든 책이다.

 

브루클린에 있는, 물박이 판자를 잇대 만든 작은 마구간에서 도망친 백마. 우연히 한 무리에게 쫓기는 남자를 만난다. 눈이 마주치고 남자는 자신을 부르며 도와달라고 외친다. 이렇게 백마와 피터 레이크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바닥을 딛고 하늘을 날아오르려고 한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달리는 백마. 태어나자 마자 습지 사람들의 손에 키워져 도시가 아닌 자연 생활에 익숙한 피터 브레이크. 하지만 습지에서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곳에서 계속 살수 없어 열두살 어린 나이에 그곳을 떠나게 된다. 그곳을 떠나 살면서 정말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펼쳐진다. 가족도 없이 홀연단신 도시를 떠도는 아이의 삶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있고 시공간이 넘나드는 이야기. 현실세계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잠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이 아닐까. 늘 불안해 보이던 그가 그녀를 만나면서 안정된 모습을 찾고 뭔가를 꿈꾸니 말이다.

 

피터 레이크는 죽고 사는 문제에는 헛된 기대 같은 것을 품지 않았다. 그것이 인간을 완벽하게 평등한 존재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지상의 보물이란 움직임, 용기, 웃음, 그리고 사랑 같은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 1권 219쪽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어쩌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사건이 터질때마다 이유를 찾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읽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책이다. 지금 당장은 겁나지만 흐름을 따라 다시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아니, 개인적으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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