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만의 거리 ㅣ 창비청소년문학 58
김소연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평점 :
청소년기의 아이가 있다보니 청소년 문학 시리즈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과 늘 챙겨보는 것 중 하나가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이다. 어느새 58번째 이야기이다. 얼마전 아이가 <꽃신>과 <몇 호에 사세요?>를 읽었기에 그리 낯설지 않은 작가이다. 이번에 만나게 될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우리들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바로 어제가 삼일절이기에 이 책을 만나는 느낌이 남다르다. 민감한 부분의 이야기이기에 언제 읽어도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이야기이다.
1908년 대한제국이라는 명패를 단 조선에서 씨종 갑이의 몸에서 태어난 강동천. 동천이는 환갑을 앞둔 강 대감의 늦둥이 서자이다.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했듯이 동천이도 아버지를 일년에 한두번 볼 정도이다. 천한 신분이지만 아버지가 양반이라는 이유로 엄마는 어떻게해서든 동천이가 글을 배우기를 원해 서당에 보낸다. 신분제도가 없어졌다고하지만 아직 시골 마을인 이 곳에서 동천은 천한 신분을 가진 아이일뿐이다.
"지식만이 너희 인생을 발전시킬 수 있다." - 본문 73쪽
대일본제국의 교육령에 따라 서당은 폐지되고 일본인 학교에 다녀야하는 아이들. 한번도 자른 적이 없는 머리를 고바야시 소장에게 강제로 잘리고 소학교에 다니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동천이는 월반을 하고 무언가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처음 만나는 문선생은 한국인임에도 아이들을 매로 다스리고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해할수가 없다. 같은 조선인 임에도 자신들을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문선생님이 떠나고 새로 부임한 다케다 선생님은 동천이에게 큰 꿈을 꾸게 한다.
"지구는 둥글다고 했어. 누구든 기회를 잡고 노력하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세상이 둥근 것이라고." - 본문 103쪽
처음에는 소학교를 마친 후 평범하게 농사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사촌인 형섭과 달리 신분차이 때문에 자신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화가 난다. 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강 진사는 동천이와 어머니를 마을에서 쫓아내려 한다. 자신과 달리 이곳에서 태어난 어머니가 다른 곳에서는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 떠나고 엄마는 남게 하고 싶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려한다는 형섭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일본에 가서 계속 공부하려고하는 동천. 그는 결국 어머니 몰래 돈을 가지고 집을 나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오게 된 동천. 평양에서 만난 아베 노부유키의 소개로 '삼평사'라는 헌책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의문의 인물 헌책방 사장 구마모토, 박열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앞으로 동천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자신의 꿈을 펼칠수 있을거라 믿었던 이 곳은 어떤 곳보다 아픔을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분차이의 벽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수 있을까. 어쩌면 신분 차이보다 더 큰 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한 소년이 청년이 되어가며 야만의 거리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항상 우리들의 아프게한다. 다시 돌이킬수 없는 일들이지만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 일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 안에서 아파하는 한 소년이, 청년이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수 있을까. 아쉽게도 뒷 이야기는 다음편 이야기 <승냥이>에서 만날수 있을듯 하다. 동천이가 첫 마음을 잃지 않고 그 거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