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겨울 일기>는 <선셋 파크>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된 폴 오스터의 작품이다. 이제 겨우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두 작품을 읽고 작가나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난 이 작품을 통해 작가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봄, 여름, 가을도 아닌 사계절중 왜 겨울일기라고 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삶을 사계절 중 '겨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보통 청춘의 시기는 봄이라 하고 중년은 가을, 이제 노년에 접어든 작가의 삶은 아마도 겨울의 느낌과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 본문 7쪽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는 작가. '당신'이라는 2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은 삶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도 들여다볼수 있다. 시종일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작품들은 어떤 개인적인 일들과 연관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나처럼 아직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작품들이 더 궁금해진다. 물론 그 책을 읽으신 분들은 그런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그리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다. 이 일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것도 있다. 책을 보면서 조금 놀라운 점은 작가는 자신의 치부라고 할수 있는 모든 일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가족사만큼은 쉽게 드러낼수 없는 것이다. 그는 그런 이야기조차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라며 담담히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부분은 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이사를 많이 다니는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우리들의 집을 갖기전까지는 주인의 말에 따라 여러번 이사를 다녀야하는 아픔이 있는데 이들도 우리네와 그리 다른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벽으로 둘러싸인 곳. 주거지, 당신의 몸을 밖으로부터 지켜 주던 크고 작은 방들. 당신이 태어난(1947년 2월 3일) 뉴저지 뉴어크의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죽 오면서(2011년 오늘, 추운 1월의 아침) 긴 세월에 걸쳐 당신의 몸을 부렸던 장소들이 있다. 좋건 나쁘건, 당신이 <집>이라 부른 장소들. - 본문 68쪽

 

작가는 태어나서 2011년까지 21개의 주소를 가졌다. 그는 이사한 집들을 통해 그때의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책 속에서 만나는 21개의 집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삶을 함께하게 된다. 21개의 점들을 잇는 삶의 곡선을 그린다면 정말 굴곡이 많다. 이런 굴곡들이 있기에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에게 천재라는 말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의도치 않게 우리들은 작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아니 작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미화된 모습이 아니라 발가벗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물론 남의 일기를 보아서는 안되지만 작가 자신이 '당신'이라며 이야기를 풀어 놓았으니 우리들은 남의 일기라 하더라도 당당하게 볼수 있다. 이 책은 작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의 다른 작품들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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