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전 표지를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 보았다.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푸른 빛이 도는 표지의 느낌은 스산하며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우산을 쓰고 가는 한 사람. 그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쓴 우산 아래의 붉은 빛은 피하려는 비보다 더 위험한 느낌을 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발 아래를 따라가면 누군가 침대위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과 우산을 쓴 사람은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그 둘이 침대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연관이 있어 보인다. 표지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44살의 피에르 팽. 스물한 살 때, 베르됭에서 양쪽 폐가 다 타버렸다. 의사들도 그가 어떻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그런 그가 최면술사가 된 것이다. 팽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돈을 몇푼 주고 조용히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올려놓았다고 사회를 비난한다. 그런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신비학에 몰두한 것이다.

 

리베트 선생의 소개장을 들고 팽을 찾아온 레노 부인과의 만남. 죽음을 앞둔 남편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온 것일까. 레노 씨의 치료를 위해 만났지만 레노 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은 보름이나 20일 정도에 한 번씩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이 우정인지 팽 자신도 알수 없다.

 

이렇게 계속된 만남을 가지고 있는 레노 부인이 부탁을 한다. 자신의 친구 남편인 바예호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쉬지 않고 딸꾹질을 하고 있으며 아무도 멈추지 못한다며 그를 봐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그녀의 부탁을 받으면서 팽 선생에게는 알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레노 부인을 만나기 전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과 마주치며 팽 선생은 앞으로의 일들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내가 희한한 사건에 연루되었을 거라는 첫 번째 조짐이 바로 나타났다. - 본문 11쪽

 

전쟁에서 폐를 다치고 장애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최면요법가인 팽선생. 그가 바예호를 진료 하려하면서 의문의 인물들이 그에게 다가오고 예전에 관련된 인물들과 다시 만나며 점점 알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타래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 표지를 마주할때 느꼈던 것처럼 더 엉켜버리는 느낌이다.

 

레노 부인의 부탁을 떠나 어떻게해서든 바예호 씨를 치료해주고 싶은 팽 선생. 정체를 알수 없는 이들은 바예호를 치료하지 말라고 압력을 전한다. 바예호 씨, 그의 아내, 자신들에 관한 모든 것을 잊으라고 말하는 사람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은 왜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읽을수록 미궁속에 빠져드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이렇게 우리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실존인물들과 실제 역사적 사실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타래가 엉켜버린 이 느낌은 답답함이 아니라 우리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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