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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왕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5
엘리자베스 레어드 지음, 김민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4년 1월
평점 :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청소년들이 좋아할만한 시리즈를 계속해서 볼 것입니다. 저희 아이도 좋아하는 시리즈가 몇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미래인의 <청소년 걸작선>을 좋아합니다. 시리즈를 거의 다 읽은 아이와 달리 제가 읽은 작품은 <내 생애 최악의 학교>, <17세>, <남쪽 섬 티오>, <그래도 학교> 등 몇 작품이 되질 않네요.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가 따라 읽는다하는데 저희는 반대로 아이가 읽은 책을 제가 따라 읽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에서 자란 작가가 에디오피아가 배경인 이야기를 썼습니다. 에디오피아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작가는 1967년 처음으로 간 그곳에서 2년 동안 영어 교사로 일합니다. 에디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 위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쓰레기왕. 작가가 얼마나 에디오피아와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책을 읽으며 우리들은 알게 됩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제 누나 티기스트와 단 둘이 남게 된 마모. 집세를 낼수 없어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앞으로 살 일이 막막합니다. 누나가 일자리를 알아보러 간 사이 메르가라는 사람이 찾아와 자신을 외삼촌이라 말합니다. 일자리를 가질수 있다는 말에 그를 따라 나서지만 돈에 팔려 시골 한 농가에서 노예처럼 일을 합니다. 굶주림과 외로움으로 죽음까지 생각하는 마모.
부유한 집에서 걱정없이 살 것 같은 다니. 스스럼없이 아빠에게 다가서는 동생과 달리 다니는 아빠 앞에만 서면 작아집니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지 못합니다. 유일한 편이 되어주는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아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합니다. 공부에는 관심없는 다니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글짓기입니다. 시험, 수업태도 등에서 낙제를 받은 것을 알게 된 다니의 아빠 파울루스는 다니를 파이살에게 보내려합니다. 1년동안 훈련을 받고 오라는 아빠의 말에 다니는 가출을 결심합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던 마모와 다니. 사는 환경도 다르고 자신들의 삶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어쩌면 한번도 마주칠 일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두 아이가 우연히 만나 거리에서 잠을 자고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것과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섭니다.
"이거 굉장한데. 나한테 아주 잘 어울려. 마모, 이 일에선 네가 최고야. 진짜 짱이야. 이제 우린 널 이렇게 부를 거야. 쓰레기왕." - 본문 190쪽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아이와 모든것을 다 가진듯 보이지만 사랑받지 못한 두 아이의 만남.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더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단지 먹여주고 재워주며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이 있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차라리 배고픔이 나은 것인지.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잘못된 일일것입니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사랑받지 못해 길 위를 떠도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누가 거리로 내몬 것일까요. 쓰레기더미 속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찾아야하는 아이들. 길 위의 생활을 하며 살아남는 법을 찾아가는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우리들이 실망하지 않게되는 것은 마모와 다니가 안일하게 자신들의 생활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절망하기 보다는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아이들. 이제는 쓰레기더미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