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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ㅣ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만큼이나 슬픈 눈을 가진 고양이가 보인다. 이 고양이는 누구를 이렇게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창문의 그림자가 바닥에 있는걸 보니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있는 날인가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느낌도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포근한 느낌일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고양이와 햇빛은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표지에 있는 고양이의 눈빛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LP들이다. 지금은 만날수 없지만 학창시절 용돈을 모아 샀던 추억이 있어 유난히 관심이 간다. 이렇게 표지에 많은 LP들이 있는걸로 보아 이 책의 내용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다지증 브라운 태비'. 호랑이 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발가락이 다른 고양이들보다 많이 있는 프루던스. 프루던스는 이런 자신의 발가락 중에 어떤 것이 남는 것인지 모르겠고 하나같이 쓸모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헤어져 거리에서 생활하던 프루던스와 사라의 만남. 인간들에게 발견되는 것이 싫어 숨어사는 길고양이 프루던스가 이제 누군가의 손길을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인간들에게 쫓기며 내지르는 고함처럼 위험하거나 겁나는 소리들만 듣던 프루던스에게 사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노래를 듣고 인간을 피하던 프루던스가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사람들끼리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다르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로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프루던스를 '사교적인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하면 '프루던스는 올바른 예의를 갖춘 인간들하고만 놀아요'라고 말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프루던스.
사라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서 난 아직도 무척 화가 난다. 하지만 언젠가 사라를 다시 보고 싶다는 바람이 그보다 크다. 사라는 지금까지 내가 사랑했던 유일한 인간이니까. - 본문 45쪽
이렇게 마음을 열고 동거인이 아닌 가족으로 사라와 함께 살고 있는 프루던스.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사랑하는 사라가 아무말 없이 며칠째 집에 오지 않는다. 함께 살던 곳에는 사라와의 추억만이 가득하다. 며칠 뒤 찾아온 것은 사라가 아니라 사라의 딸 로라와 그의 남편 조시이다. 그들조차 사라가 왜 오지 않는지 설명해 주지 않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치우고 있다.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체 사라와 살던 곳을 떠나 로라와 제시의 집으로 가게 되는 프루던스.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이 있다면 이제는 사라와 로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모녀지간이지만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좁혀지지 않는 두 사람의 거리. 어쩌면 형식적인 모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삶이란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중 한 명이고 로라 자신은 삶이란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늘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 자신과 달리 엄마는 즐거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그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사람. 하지만 프루던스가 혼자 남겨진 이유로 인해 로라도 엄마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프루던스를 보며 엄마에 대한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로라.
만약 누군가를 기억한다면 그들은 언제나 나와 할 것이라고 사라가 말했을 때,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라는 지금 이 곳에 우리와 함께 있다. 사라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사라가 결코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꺠닫는다. - 본문 472쪽
처음 표지를 보고 따사로운 햇살처럼 우리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 생각했던 것이 맞다. 사랑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 떠난 뒤에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였는지 알게 되는 조금은 슬픈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남은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된다. 프루던스가 인간의 사랑을 알게 되었듯이 로라도 자신의 소중한 사랑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