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택진 소설
정택진 지음 / 해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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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셨지만 젊은 시절 서울에 올라오셔 사투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친척이나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신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그런 모습인 재미있는지 종종 따라한다. 지금도 가끔은 할머니에게 사투리를 사용하는 아이들. 얼마전 방영한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사투리는 더 정겹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만날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지역의 사투리보다는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정다움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중학교 이학년 때 한 동네에서 강아지들처럼 뗴거리로 몰려다니던 네 명의 친구는 의형제를 맺기위해 무인도로 간다. 무서운 아버지 때문에 동근은 가지 못하고 치영,  수열, 정삼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지치섬'에 간다. 그 곳에서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형제나 마찬가리라며 죽을때는 같이 죽자고 피로 맹세를 한다. 그렇게 의형제를 맺은 친구들이 지금은 뒤집힌 배로 인해 안개 자욱한 바다에 추위와 죽음의 공포앞에 떨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동삼이 내려와 함께 낚시를 하러 바다에 나온 이들앞에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의형제를 맺을때도 동근은 함께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세사람만 바다에 남겨진 것이다.

 

"아들아, 배는 결을 타야 쓴다. 그래야 안 까파진다. 아무리 큰 뉘라도 결을 타는 배는 못 까파뜨리니라. 그러니 결을 타고 올랐다 결을 타고 내려와야 하느리라. 그것이 배의 이치고 세상살이의 이치리라. 알었지야, 아들아. 한년 결대로 살어야 쓴다. 멩심해라이." - 본문 15쪽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수 있을까. 바다에 남겨진 이들이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헤엄쳐 갈수도 없고 넓은 바다에서 소리쳐 구조를 요청할수도 없다. 믿을수 있는건 세 사람뿐이다.

 

태어난 것은 다르지만 죽을때는 같이 죽자던 이들의 말처럼 세 사람은 죽을수 밖에 없는 것일까. 죽음 앞에 놓인 세 사람은 옛일을 떠올린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공돌이로 살아가는 것이 싫어 사립대 야간부에 진학에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이 시골 출생이라는 것을 지우고 철저히 중심으로 들어가려 했던 정삼. 제일 부자 동네 교회에 다니며 위만 쳐다보는 삶을 살자는게 인생관이였던 정삼은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고향에서 배를 타며 살아가는 수열, 광주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로 힘들게 지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농협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치영.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세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죽음과 마주하며 현재와 지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있다.

 

구수한 남도 사토리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한 느낌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겪어온 아픔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 겪은 아픔들은 많았다. 수열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수는 없는가보다. 거스리지 않고 흐르는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시련은 맞이할 것이다. 죽음과 같은 시련을 우리들이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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