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진실이 전하는 고통

지옥계곡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지옥계곡'이라는 제목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표지이다. 배경만으로 보면 그리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지만 표지 속 남자를 보면 왠지 오싹한 느낌을 넘어 공포감을 갖게한다. 아마도 제목에서 먼저 알게 모르게 무서운 느낌을 받아서인지 이 인물을 보면서도 지옥에서 구해줄 구세주라기 보다는 우리를 지옥으로 끌어들일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눈빛을 알수 없어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의 표정을 알수 없어 어떤 사람일지 의문을 갖게한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기 전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었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를 알고 책을 읽으면 더 와닿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어릴때부터'무서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많이 만나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우리 몸속에 알게모르게 퍼지는 무서움을 전한다. 눈 앞에 일어나는 무서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서움이 우리를 조여오는 느낌이라 더욱 공포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지도 모른다.

산악구조대에세 10년 동안 일을 한 로만 예거.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그를 끌어들인다. 원래 계획과 달리 그 발자국을 따라 가보는 로만. 그의 불길한 직감이 맞았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여자는 로만을 보고 공포의 눈빛을 보이며 아래로 뛰어 내린다. 간신히 그녀의 오른 손을 잡아보지만  그녀는 어떻게해서든 로만에게서 벗어나려한다. 그녀가 조금만 힘을 내준다면 이 위험에세 구해낼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로만의 도움을 거절한다. 로만을 괴롭힌 것은 그녀의 마지막 눈빛이다. 왜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이며 이렇게 험난한 지옥계곡까지 힘들게 와서 뛰어내린 것일까. 산악구조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지만 이번에 보게 된 그녀의 죽음은 그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한 눈. 그가 착각한 게 아니었다. 로만은 여자가 자기를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2초 남짓한 시간이였지만, 로만은 그녀의 푸른 눈을 아주 오래동안 들여다 본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여자가 시선을 돌려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손을 빼려고 비틀기 시작했다. - 본문 18쪽

라우라 바이더. 로만이 지옥계곡에서 구하려고 했던 여자의 이름이다. 22살의 대학생으로 그의 아버지 프리드헬름 바이더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유명한 인사이다. 부족함없이 자란 그녀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건은 몇달 전 친구들과의 산행에서 시작한다. 9월말에 몽블랑 산에 오르기 위한 작업으로 7월 25일에 등반 계획을 세운 다섯 명의 친구들. 라우라 바이더, 마라 란다우, 베른트 린데케, 리하르트 '리키' 슈뢰더, 아르민 촐테그는 이때까지만해도 서로에게 시작한 불행을 알지 못했다. 탈이 난 마라를 제외하고 지옥계곡에 오른 네 사람. 여자인 라우라는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우연히 산에서 만난 전혀 모르는 남자와 산을 내려오게 된다. 그때부터 이들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일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천천히 조여오는 두려움은 읽는내내 우리들도 공포에 떨게 한다. 존재를 알수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 그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잔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을 보면서 알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인간의 이기심을 만나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하고 말을 한다. 어떨때는 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뒤로 숨을때도 있다. 책을 통해 만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뜻 우리들의 모습이 보였기에 그들을 비난할수만도 없다. 잔인하고 공포감을 주는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한편으로는 우리네 삶을 모습을 들켜버린것 같아  우리또한 묻어두고 싶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진실은 밝혀져야하지만 가끔은 묻어두고 싶은 진실이 있음을 부정할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