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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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도연 배우와 고수 배우가 나왔던 <집으로 가는 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이전에 KBS '추적 60분'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마약소지 및 운반혐의로 우리들에게 외면당한체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장미정. 그 당시 방송을 보지 못하고 이번에 영화가 개봉되면서 알게 된 사건이다. 이렇게 많은 아픔이 있는 사건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쩌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와 같은 일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하루하루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던 미정. 가난하지만 남편과 욕심없이 자신들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부다. 부족하지만 자신의 신세를 탓하기 보다는 노력해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죄가 있었다면 착한 마음을 가진 것이라는 것이다. 착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들의 짐까지 짊어졌다는 것이다. 남편이 후배의 보증을 서주고 결국 자신들이 살던 집까지 잃게되는 부부에게는 이 일이 시련의 시작일뿐이였다. 후배를 돕고자 했던 일로 인해 이 가족에게는 평생 지울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나는 섬이다. 내가 살고 있는 마르티니크처럼, 사방이 망망대해만 펼쳐져 있는 가운데 혼자 고립되어 있는 처지였다. - 본문 15쪽

 

힘들던 부부에게 어느날 찾아온 주진철. 미정이 말한 것처럼 이 당시 주진철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떠했을까. 한번쯤 그의 이야기에 의심을 가졌더라면 어떠했을까. 주진철은 금광에서 캔 원석을 운반하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제안한다.  불법이 아니라 편법이라는 말에 자신들에게 주어질 삼백만원을 생각하며 아무 의심없이 그를 따라 나선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미정이 운반한 것은 코카인이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죄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재판장에 섰을때의 마음을 우리들이 얼마나 이해할수 있을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이라면 그녀의 억울한 일보다는 그 일을 대처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화가 날 것이다. 힘 없는 우리들이 기댈곳은 없단 말인가. 힘 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도와줄 사람들은 없단 말인가. 정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처로 그녀는 가족과 떨어져 공포 속에 살았다. 어이없는 것은 한 장의 서류 때문에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불필요한 고통 속에 있었던 것이다.

 

756일간의 시간을 누가 보상해 줄수 있을까. 감히 우리들이 상상할수 없을 만큼의 고통의 시간들이였을 것이다. 더 미안한 것은 그녀가 다른 이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 일을 보며 누군가는 자신의 잘못으로 고통받았던 한 여인을, 그녀의 가족들을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나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작은 소망이다. - 본문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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