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작품 중 읽은 것은 <살찌지 않는 스모 선수>이다. 프랑스 작가임에도 이야기 속에서 동양의 감성을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중국의 모습과 <논어>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순간순간 논어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다시한번 논어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비록 두 작품을 읽었지만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다른 작품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표지속 여인은 다소 과장된 머리를 하고 있다. 머리에 비해 몸은 빈약해 보인다. 잘 살펴보면 이 여인이 앉아있는 곳은 남자 화장실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보초를 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여인은 누구이며 다른 곳도 아닌 남자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일까. 제목만큼이나 궁금증을 갖게하는 표지그림이다.

 

진홍색 머리칼과 동그란 머리에 깊은 주름살, 씨알처럼 작은 이빨을 가진 밍부인은 잘 익은 사과 하나를 생각나게 했다. 윈하이 그랜드 호텔 남자 변소에서 나가 만난 밍부인의 모습이다. 밍부인은 광동 지방의 그랜드 호텔 지하 화장실에서 삼발이 의자에 앉아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색다른 만남을 가진 나와 밍부인. 그 만남 만큼이나 믿을수 없는 사연을 밍부인은 가지고 있다.

 

팅팅, 호, 다샤, 쿤, 콩, 리메이, 왕, 루, 저우, 솽. 밍 부인에게는 10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믿어야할까. 중국에서는 인구 억제를 위해 수십 년째 '한 자녀 갖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10명의 자녀라니. 믿을수 없지만 어느새 나는 밍부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것이 거짓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지 자신의 자식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 과연 나가 생각한것처럼 밍부인의 자녀들은 거짓일까. 아니면 밍부인이 말한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일까.

 

"진실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그리워하게 하는구나." - 본문 110쪽

 

작가의 작품인 <살찌지 않는 스모선수>에서는 일본 스모선수 준과 함께 선 불교사상이 흐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역사속에 깊게 스며있는 공자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고보니 이 책은 작가의 '비가시 세계 연작' 중 여섯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철학적인 이야기이지만 밍부인과 나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어렵지만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삶속에서 만날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들은 어느새 밍부인의 이야기에 빠져들며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