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의 비밀학교]스스로 겁이라는 알을 깨고 나오길

처용의 비밀 학교 - 이 세상 최고의 용기는 용서다
권타오 지음, 오승민 그림 / 내인생의책 / 2013년 12월

존재만으로도 무서운 귀신들.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귀신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처용입니다. 어찌하여 귀신들은 처용을 무서워하는 것일까요.

동해 용왕님은 자기를 위해 절을 지어준 임금님을 도와주려고 일곱 아들 중 하나인 처용을 보냅니다. 왕은 처용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고 예쁜 여자와 결혼을 시킵니다. 전염병을 퍼뜨리고 다니는 나쁜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유혹합니다. 나쁜 역신과 아내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처용은 화를 내지 않고 노래를 지어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이때 부른 노래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처용가>이  입니다. 처용의 대범함과 넓은 마음에 감탄한 역신은 처용의 얼굴그림만 보아도 얼씬 거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귀신을 쫓을 때는 처용의 얼굴 그림을 그려 대문에 붙이게 되었다고합니다.

팔도 겁쟁이 깨비들의 입학을 환영합니다!

샬롯의 거미줄은 아니지만 비밀학교에도 겁쟁이 깨비들의 입학을 환영한다는 거미줄 현수막이 보입니다. 항아리, 요강, 컴퓨터, 짚신, 나무 팽이, 몽당 연필, 주판, 달걀 등 용기를 배우러 온 신입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태어날때부터 겁하고는 거리가 멀거라 생각되는 깨비들은 오히려 사람들 앞에 나서기 무서워합니다. 귀신이라면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나타나 공포에 떨게 해야하는데 오히려 이 깨비들은 무서워서 늘 움츠려듭니다.

전국에서 모인 이 친구들은 나름대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습니다. 똑똑한 컴퓨터 깨비는 겁이 많고 항아리는 뭐든지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지만 먼지만 떨어져도 놀라는 통에 80년째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능성 운동화, 예쁜 구두에 밀려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아 자신감을 잃어 겁쟁이가 되었다는 짚신, 사람이 앉는게 무서워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요강. 이외에도 다른 친구들은 결국 용기가 없어 이 곳에 모이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 친구들은 용기를 얻어 자신의 역할(?)을 해낼수 있을까요.

"용기를 얻는 방법은 간단해. 너희 스스로 겁이라는 알을 깨고 나오는 거야." - 본문 50쪽

오동나무 숲 성황당 쪽에 있는 폐교에 모인 친구들. 용기를 얻기 위해 이 곳에 모인 친구들이 각자의 고민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 고민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이 해결할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무서운 귀신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해답은 자신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귀신들이 겁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생각으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요강을 꽃병으로 아는 한 아이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물상의 꼬질꼬질한 물건, 코딱지만한 물건에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런 마음이 우리들에도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하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란 없단다." - 본문 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