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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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쇼 비즈니스적'인 현대사회를 파헤친 기묘한 소설

 

 

제목만큼이나 난해함을 느끼게 하는 표지이다. 난해하다고 해야할지 섬뜩하다고 해야할지. 고양이의 얼굴은 몸과 분리되어 있고 한 남자의 손에 들린 가방안에는 유난히 하얀 손이 나와있다. 그 모습이 무섭게 다가온 것은 가방의 크기가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에서나 볼수 있을법한 장면이다.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그 남자의 표정을 알수 없다. 뒷모습만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들고있는 가방만으로 어떤 인물이라고 단정짓기도 힘들다. 한쪽 거울에 있는 남자의 앞모습.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물과 동일인일까. 같은 옷을 입고 있고 머리스타일도 같기에 동일이이라 추정해야할지 아니면 닮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야할지. 평범하지않은 표지를 보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해경. 전직 방송국 PD이고 현재는 재연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김해경이라는 이름대신 '해리'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가 그렇게 원하던 연출일을 그만두게 된 것은 표절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보다는 '해리'라는 예명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남자이다. 아니 어쩌면 패배자로 보이기도 한다. 방송국에서 연출을 하던 그때가 무대위의 주인공이라면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단역에 불과한 삶이다. 그가 인생의 무대에서 맡은 역할 때문일까. 그의 삶도 그리 화려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다. 결국 이제는 엄마라고 불리기보다는 '윤이영'이라 불리고 싶어하는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웃기지, 인간이란 본래부터 마스크를 쓴 존재라는 게, 언어에서부터 드러나잖아. 마스크를 써야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다니." - 본문 18쪽 

 

재연배우로 살아가는 단조로운 그의 삶에 '조연출'이 들어온다. 재미있는 것은 '조연주'라고 이름을 말해주었지만 본인이 들리는대로 조연출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의문의 인물 조연출. 그리고 우연히 연예생존 프로그램인 <생존보트>에 출연하게 되며 그는 이해할수 없는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름다운 미혼 여성 30명중 기억도 나지 않는 21번 정유선의 죽음. 그는 그녀의 살해범으로 오해를 받는다. CCTV에 찍힌 모습은 영락없이 자신과 닮았다. 이제는 그가 진짜 자신인지 아니면 자신을 닮은 사람인지 해리조차 혼란스럽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그러면 나는 존재하는 건 아닌 건가. 나를 아는 사람들이 사라질 때마다 나도 점점 희미해져간다. 나는 타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미지가 겹쳐져 만들어지는 존재다. 껍질을 벗기면 껍질이 나오고 껍질 속에 또 하나의 껍질이. 그렇게 벗기다 보면 본질의 나, 단단한 씨앗 같은 정수가 남으리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사람이란 타인이 만들어 낸 수많은 껍질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고, 타인들이 자신에 대한 상을 하나씩 지워버릴 때, 하나의 개인은 세계에서 조금씩 지워지는 것이다." - 본문 221쪽~222쪽

 

CCTV속 인물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가며 자신이 그토록 잊고 싶어던 20년전의 사건이 떠오른다. 지금의 이 문제들은 그 때의 사건이 출발점인 것이다. 출발점부터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다시 거슬러가며 이런저런 사건들이 얽혀있다. 읽을수록 어려워지는 이야기이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실제인지 혼란스워던 것이 사실이다. 등장하는 인물조차 실제인물들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생각이 만들어낸 인물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실마리를 풀어가며 읽게 되는 책이다.

 

재연배우. 아마 해리의 직업이 이 책을 읽어가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한다. 누군가의 삶을 복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도 연기를 하며 그 모습이 연기인지 실제 자신의 모습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우리도 어쩌면 재연배우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내가 아닌척하며 연기를 하지만 어쩌면 그게 나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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