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속삭여 봐 푸른도서관 63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과거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뒤늦은 후회를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지금 자신앞에 놓인 시간들을 놓치고 만다. 그 놓친 시간들은 또 후회의 시간이 되어 버리고 만다.

 

"카르페 디엠. 라틴어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지. 지금 슬프면 맘껏 슬퍼하고 기쁘면 맘껏 기뻐하라, 뭐 그런 뜻. 죽어 보니까 알겠더라. 우린 다만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게 어떤 순간이든 소중히 여기고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 본문 143쪽

 

아뿔사, 한 치 앞!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사실, 이 말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경우에 쓰인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 본문 7쪽

 

이란성 쌍둥이 서준과 유주. 젊은 시절 외교관이 꿈이였던 아빠와 그 꿈을 열렬히 지지했던 엄마.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일까. 엄마는 쌍둥이 남매, 특히 아들인 서준이가 그 꿈을 이루어주리라 믿는다. '엄친아', '고리타분한 범생'이라 불리는 사극스타일인 서준과 달리 가수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는 유주. '빛나 연예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반대로 입학을 할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다른 두 남매. 서준 또한 마음 속에 가진 꿈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대신 동생의 꿈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작은 문제는 있어보이지만 누구보다 단란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서준이의 가족에게 한 치 앞도 모를 일이 일어난다. 동네에 있는 아담한 커피숍 '보리수'에서 동생 유주를 만나러 가다 사고를 당하는 서준. 17년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된다. 

 

새벽 2시 38분

지난 며칠 동안 새벽 2시 38분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는 아리.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잠결에 으스스한 기운을 느낀다. 어릴 때는 엄마 말처럼 키 크려고 꾸는 꿈인줄만 알았는데 중학교 3학년 때는 거의 병이다 싶을 정도로 심해 한의원을 하는 외삼촌이 지어준 약과 '몽(夢)'이라는 큼직한 한 글자가 쓰여진 액자를 머리맡에 두고 좀 나아지는듯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 알수 없는 서늘한 기운 때문에 늘 이 시간에 잠을 깨는 것이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아이. 한 아이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 인사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한 아이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두아이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 것일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운명인 것일까.

 

"역사와 운명에는 가정이 없는 것 같다고 네가 말했잖아. 운명적인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운명적으로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 거라고. 아마도 우린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 같아.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혼이 만날수 있겠어?" - 본문 164쪽~165쪽

 

자신의 마음 속에 어떤 것 때문에 일반 혼의 중량보다 무거워 '빛의 길'에 오르지 못한 서준. 49일 뒤에도 이 길에 오르지 못하면 떠도는 원혼이 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서준이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남아있길래 쉽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죽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사람, 아리는 서준이를 보고 서준이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그들의 말처럼 만날수 밖에 없었던 운명인 것일까.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풀어놓고 서준이이는 다시 '빛의 길'에 오를 수 있을까.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은 모른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책에서 서준이는 계속 우리들에게 말한다. '카르페 디엠'. 짧은 생을 마감한 열일곱 살 아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크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았던 아이가 못해보고 가야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그 순간에도 자신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 그렇기에 읽는 우리들의 마음도 무거워진다.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서준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서준이의 말을 기억한다면 행복한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결국 후회되는 과거도 불안한 미래도 없지 않을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