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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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글을 쓸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기거나 일기형식의 글은 쓰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을 쓰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기에 순간순간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나의 감정을 풀어놓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으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과 달리 글로 표현하면 온전하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할때가 많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를 쓰더라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이 책을 접할때 글을 잘 쓰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이 담겨있을거라 생각했다. 글을 쓰는데 있어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루어야할 것들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술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안되는 것임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으니. 수학공식처럼 글쓰기도 어떠한 형식에 맞춰 써나가면 될거라 생각했다. 물론 각 글의 특징에 따라 쓰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언어보다 침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모든 존재들의 참된 목소리는 침묵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문학의 기원이자 글쓰기 최초의 문장이다. - 본문 23쪽

 

간혹 글을 잘쓰는 것은 문장이 화려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많이 드러내는 것이라 착각을 종종한다. 오히려 기교를 부리는 글을 쓰기 쉬울지도 모른다. 온갖 미사어구를 나열하는 글들을 만날때가 있다. 이 책에서는 지나친 형용사 사용을 지적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말그대로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침묵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쉬운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당장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된다.

 

옛 선비들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한 뒤에야 한 획을 그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말을 듣고 나면 쉽게 글을 쓰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고 느껴는 것이 글을 쓰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조차 없이 감히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한체 글을 쓰기 위한 기교만을 부리고 있는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침묵에 관한 글쓰기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철회하는 운동, 텅 빈 백지로 되돌아가는 절망적인 순환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중략) 그러므로 침묵의 글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불가능한 가능성이다. - 본문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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