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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1 ㅣ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평점 :
오싱은 아주 오래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처음 책이 출간되고 나서 제 용돈으로 샀던 기억이 있네요. 이번에도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80년대 중반쯤 똑순이로 잘 알려진 김민희 배우가 나온 우리나라 영화도 있었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달동네'라는 드라마에서 '똑순이' 연기를 보여졌던 김민희 배우가 연기한 오싱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그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번에 책보다 먼저 만난 일본영화는 그때의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기전 영화를 먼저 본것을 조금은 후회했습니다. 영화는 오싱의 1권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읽은 책도 1권이라 영화속 장면들을 책과 비교하며 읽을수 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집 안팎이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는 다노쿠라 히토시의 집. 개업준비로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올해 여든세 살인 고령의 할머니 오싱이 갑자기 집을 나갑니다. 오싱의 아들인 히토시는 시마 반도의 소도시에 열여섯개의 슈퍼마켓을 경영하고 있고 이제 열일곱 번째인 체인 스토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어머니 오싱이 집을 나갔으니 걱정보다는 불만을 드러냅니다. 집안 식구 그 누구도 오싱이 왜 나갔으며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들 개업 준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을때 친손자와 같은 게이가 할머니를 찾아나섭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게이가 갑니다.
"할머닌 과거를 돌아보는 게 싫었지. 지난 일이란 손써 볼 도리가 없는 게 아니겠니? 그렇지만 무턱대고 앞만 바라보며 살아오는 사이에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지금 그걸 찾아내지 않은 채 그냥 이대로 지내면 나도 히토시도 엉망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 본문 53쪽
1901년 야마가다 현의 사이조가와 상류의 빈촌에서 태어난 오싱. 산비탈을 일궈 만든 밭 5백평에 아홉 식구가 매달려 사는 가난한 농가였습니다. 풍년이 들어도 먹고살기 빠듯한데 흉년일때는 말할것도 없이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흉년이 계속되자 이제 일곱살이 된 오싱은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집살이를 하게 됩니다. 오싱이 가족들이 아닌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1권에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빨리빨리 먹어. 남의집살이를 하려면 빨리 먹고 뒷간 볼일도 빨리 끝낼 줄 알아야 한다." - 본문 109쪽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할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싱의 사정을 이해할수 있을까요. 저또한 분명 오래전 이 책을 읽었을때와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중학생때 처음 만났던 오싱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만날수 있는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도 어렵게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고 지금처럼 온수가 콸콸 나오지 않았기에 오싱의 아픔을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만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우리 생활과 멀지 않았습니다.
30여년이 흐른후 다시 읽은 오싱은 이해할수 없다기 보다는 분노가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시련이고 짊어지기 힘든 짐입니다. 아빠도 오싱을 사랑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그런 식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수 없습니다. 이제는 오싱 존재 자체로 보기 보다는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만나기에 그 아픔이 큰 반면 어른인 우리들이 그렇게밖에 할수 없었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역시 오싱의 엄마가 그랬던것처럼 저또한 엄마의 입장에서 오싱을 보게 됩니다.
1권에서의 오싱은 너무도 험난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조금의 희망이 보이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그녀가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집을 나온 오싱이 무엇을 찾아낼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