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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보듬었다고 평을 받고 '디어 라이프'로 20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 1968년 단편소설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데뷔한 그녀는 캐나다 출생이다. 사실 이 내용들은 앨리스 먼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고 난 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이다. 책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많은 작가들을 알지 못한다. 책 안읽는 사람들은 가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노벨문학상 같이 수상을 한 작품을 먼저 만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 하니 그녀의 이전 작품들이 궁금했다. 책을 읽으려는 의도는 그리 좋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의 작품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표제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과 함께 물 위의 다리, 어머니의 가구, 위안, 쐐기풀, 포스트앤드빔, 기억, 퀴니, 곰이 산을 넘어오다 등의 아홉작품을 만날수 있다. 캐나다 총독문학상의 유일한 3회 수상 작가라 하니 캐나다에서는 인정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으니 세계가 인정한 작가가 아닐까한다. 처음 만나는 설레임만큼이나 세계가 인정한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아무래도 다른 작품보다는 표제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수 없다.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이 글자들로 하는 놀이 비슷한 것이 있나보다. 어디나 사춘기 소녀들이 하는 놀이는 비슷한가보다.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가지고 사랑점을 치는 아이들을 많이 볼수 있다. 나또한 오래되었지만 학창시절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남자 아이들 이름으로 친구들과 서로 좋아하는지에 대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새비서가 알려준 놀이라고는 딱 하나, 종이에 남자 애 이름과 자기 이름을 적고는 서로 같은 철자를 지워버린 다음, 남은 글자 수에 맞춰 손가락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차례로 말하면서 세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 숫자에 딱 걸리는 단어가 그 남자 애와 나 사이의 운명이라면서. - 본문 42쪽~43쪽
사십 줄 아랫줄인것 같고 미인 축에는 끼지 못할 얼굴을 한 여인이 역 안으로 들아와 가구배송에 관해 물어보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여인은 맥컬리 씨의 집안일을 하는 조해너이다. 어느날 운명처럼 다가온 한통의 편지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삶에 있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맥컬리의 사위 켄 부드로. 그들 사이에는 부드로의 딸 새비서와 그의 친구 이디스가 있다. 그들의 장난으로 두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게 만것이다. 두 소녀의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 되어버렸다. 만약 두 사람의 이름으로 이디스처럼 놀이를 했다면 어떤 운명을 만나게 될까.
학창시절 새비서와 이디스와 같은 장난을 한 적이 있다. 우리들의 일방적인 장난이 아니라 한쪽의 친구를 위해서.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지 못해 우리들이 편지를 대신 써서 그 남자에게 전해주어 둘은 사귀게 되었다. 물론 어린 시절 우리들의 장난으로 만나게 된 친구들의 만남과 조해너와 부드로의 만남은 다르겠지만 어쩌면 만나게 될 운명은 정해진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아니였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