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남의 비밀을 캐고 그 비밀을 여기저기 옮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비밀이라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말은 남에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비밀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어느샌가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비밀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장수처럼 비밀을 혼자 간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반상회에 온 민지 엄마의 옷차림을 두고 흉 아닌 흉을 보고 있는 것을 장수는 들은 그대로 그 다음날 민지에게 말할 정도로 들은 말은 어떻게해서든 전하고 맙니다. 비밀이라는 것을 도저히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수. 엄마는 늘 '입 가벼운 녀석'이라고 말하며 혼내십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입 가벼운 어른들을 만날때가 있습니다. 아니, 꼭 한두명은 있게 마련입니다. 도저히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마저 들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내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본인이 동네 소식통이라 자부하지만 결국은 여기저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으로밖에 기억되지 않습니다.
엄마와 똑같이 생긴 민지는 처음 본 사람들이 '여잔가? 남잔가?' 하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목소리도 크고 힘도 센 민지가 공부도 잘하고 내숭쟁이, 잘난척쟁이 동민이를 좋아합니다. 그 마음을 입이 가벼운 장수에게 들키고 맙니다. 동민이에게 줄 선물과 '동민아, 나는 네가 좋아.' 라 적힌 쪽지를 보게 된 장수. 민지는 아빠가 외국 출장에서 사오신 전 세계에 열개밖에 없는 필통을 주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합니다. 필통과 샤프도 탐나고 자신 때문에 엄마가 민지 엄마와 싸운 일이 마음에 걸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입이 가벼운 장수가 그 비밀을 지켜줄수 있을까요.
비밀을 숨겨 둔 가슴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어요.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지며 '민지가 동민이를 좋아한대요, 히히히!'
이 말이 퐁퐁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참아야 해.' 나는 손가락으로 입을 꾹 눌렀어요.
눈을 질끈 감고 머리도 절레절레 흔들고요. 그러면 그럴수록 더 말하고 싶어졌어요.
- 본문 23쪽
장수에게는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인가봅니다. 누군가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이 힘든 장수. 말하고 싶어 병이 날 정도입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진실이 아닌 이야기들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참으로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로 인해 상처를 입는 사람은 어떠할까요. 누군가의 무책임한 말한마디로 다른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 것입니다. 비밀이라는 것은 분명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면하는 간절함이 담긴 말입니다. 그 말을 우리들이 쉽게 내뱉는 순간 그 비밀의 주인공은 큰 상처를 받겠죠. 말하기 전 상대방의 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우리들이 되었음합니다. 아이도 친구들과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시한번 자신이 하는 말에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이 주는 상처는 다른 무엇보다 크게 남고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말을 하기 전 다시한번 누군가 상처받을 일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