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우리 누나 푸른숲 어린이 문학 33
베티나 옵레히트 지음, 전은경 옮김, 송효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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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범함의 행복을 알까요. 가끔 특별한 삶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의 특별함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은 그 기준이 무엇일지 조금은 애매하지만 우리와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자신만 그렇게 바라본다는 것에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닙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 친구들보다 더 힘든 사람은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아닐까합니다. 감히 그 친구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할수 없습니다. 다만 조금이나마 그 아픔을 헤아려보려 노력할뿐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친구들도 장애를 가진 친구들입니다. 솔직히 처음 그 친구들은 만날때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었습니다. 이제는 자주 만나고 늘 옆에 있다보니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모습과 생각이 다를뿐 특별한 존재가 아님에는 틀림없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내 동생을 뚫어지게 바라본단 말이야."

(중략)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 본문 73쪽

 

모든 것을 자기 안에만 간직한 리자 누나. 얀은 냉장고, 컴퓨터 마우스, 장난감 불자동차, 플라스틱 슈퍼맨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모든 것들의 마음속 이야기까지 들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자 누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속 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열쇠 꾸러미를 손에 들고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손가락으로 열쇠를 하나씩 세는 걸 좋아하는 누나. 자신보다 두 살 많은 누나이지만 행동거지는 어리숙하고 함께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끔 싸우더라도 쌍둥이 친구 마라와 니코처럼 함께 이야기도 나누며 놀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봐왔기에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입니다. 얀의 가족도 다르지 않습니다. 엄마는 날이 갈수록 피곤해하고 목소리도 딱딱해집니다. 어린 얀의 눈에도 엄마의 변화는 느껴집니다. 얀의 부모님의 라자를 좀더 좋은 시설로 보내려합니다. 하지만 얀은 리자 누나를 위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갑니다. 얀의 바람처럼 얀은 리자 누나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을까요. 아니면 부모님의 생각대로 리자 누나가 시설로 가게 될까요.

 

나는 누구보다도 리자를 사랑해. 리자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도 난 점점 더 불행해. - 본문 31쪽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장애를 가진 리자를 돌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얀을 더 많이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시간들이 많아 엄마의 마음을 또 아프게 합니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 한 아이만을 더 바라보고 시간을 보내야합니다. 대견스럽게도 얀은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누나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누나가 좋아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합니다. 자기 안에 갇혀 사는 누나이지만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올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아픔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은 더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 들어가보지 않은 우리들은 쉽게 그 아픔을 가늠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감히 생각해볼수 없는 아픔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아픔을 그들의 몫이라고 우리들이 무관심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린 얀도 그 아픔들을 묵묵히 이겨내고 어떻게해서든 누나의 행복을 찾아가려 합니다. 어리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어리광을 피울수도 없고 하고 싶은대로 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두살 많은 누나이지만 자신이 돌봐야한다는 책임감도 가진 아이입니다. 얀과 엄마가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수는 없는 것일까요. 그들의 마음속이 더 이상 어둠이 아닌 빛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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