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어디 가? 창비청소년문학 54
김한수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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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씩 혼란을 겪는 것은 공부라는 문제가 다가올때가 아닐까합니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현실을 부정할수 없고 그 앞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는 부모이기에 흔들릴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때 아이의 성적에 연연하며 모든 것을 공부와 연관시켜 생활할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이 뜨거워집니다. 지금은 무엇을 하든 아이가 행복할수 있는 것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음에 이런 생각을 가졌을때 떨어지는 성적때문에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와 함께 공부보다는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로 싸우는(?) 일도 적어지고 아이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가끔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할때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라는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잣대로만 아이들을 평가할수 없다는 것을 우리들은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늘 공부와 성적이라는 틀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우리의 이런 어리석음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받으며 아파하고 있을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토요일마다 아빠가 일구는 백 평짜리 텃밭에서 일을 하는 중학교 2학년 건호. 다른 친구들은 아무 조건없이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사주시는데 건호의 아빠는 스마트폰을 사주는대신 요금은 직접 벌어서 내라고 합니다. 어떨수 없이 스마트폰 요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일년 전부터 아빠의 텃밭에서 일을 하는 건호.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을 찾으라 말을 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할수 있는 것은 힘듭니다. 무엇을 하든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 그런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보다는 너희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용돈을 벌기 위해 밭에서 일을 하는 것도 힘든데 담임 선생님이 학교 텃밭 동아리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문제아라면 문제아랄수 있는 친구들이 모입니다. 짱이라 불리지만 싸우는 것을 싫어하는 정태, '재벌 2세' 행세를 하는 대풍이,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사람답게 살수 있는거라 생각하는 지욱이, 마마보이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민석이,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선머슴 같은 숙인. 이 친구들은 어른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하나같이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진 아이들로 보입니다. 이들이 생태 텃밭에 모여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해 나갑니다. 섣불리 드러내지 못한 상처였지만 이제 친구라는 이름아래 서로의 상처를 보이고 서로 보듬어줍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농사도 다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여지없이 낭패를 보게 된다. 그래서 힘들어도 꾹 참고 일을 끝내는 게 상책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 본문 234쪽  

 

 

실제 중학교 아이들과 농사를 짓고 있는 작가는 그때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줍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 부탁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소설을 만날수 없었겠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늘 그렇듯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우리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하지 않고 무조건 한 방향만 가리킵니다. 일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길을 향해 가라고 가리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 싶은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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