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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킴벌리 맥크레이트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살하지 않았다라고 강력하게 말하는듯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표지를 자세히 보니 사물함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아멜리아라는 아이의 아픈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유독 붉은 색의 사물함이 눈에 띈다. 보통 외국 학교들은 사물함을 사용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때 많이 나오는 것이다. 악의적인 물건이나 편지를 넣어놓거나 심지어 다른 이들도 보이게 사물함에 낙서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겁이 나기도 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자살'이라는 글이 보이는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의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케이트. 그녀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딸이 있다.누구보다 똑똑하고 예쁜 아멜리아는 그녀가 살아가는 존재이다. 어느날 중요한 회의를 하는데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 한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아멜리아가 3일간의 정학에 처해졌다고 한다. 펄 학장은 직접 와서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아멜리아를 집으로 데려가라고 한다. 불행을 예고하는 것일까.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이지만 교통체증을 생각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케이트. 하지만 생각과 달리 1시간도 넘어서야 학교에 도착한다. 케이트는 영원히 아멜리아를 집으로 데리고 갈수 없는 일이 생긴다.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학생 아멜리아.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던 실비아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고 늘 바쁜 엄마와 남자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실비아때문인지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다 우연히 여자아이들만의 비밀클럽인 맥파이스에서 회원이 될것을 제안받는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멜리아는 걷잡을수 없는 사건들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멜리아는 뛰어내리지 않았어.
모든 사건이 자살로 종결되고 아무 의심없이 장례까지 치른 케이트에게 온 의문의 문자 한통. 경찰에서도 그렇게 결론이 났고 '미안해요'라는 마지막 글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글이 진짜 아멜리아가 쓴 것인지 의심하지 못했다. 또한 영어 리포트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자살할 딸이 아니라는 것을 왜 미처 몰랐을까. 케이트는 그 의문의 문자 한통으로 아멜리아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려한다.
읽으면서 충격적인 사건들을 마주할때마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학생이라고 생각할수 없는 밝은 모습을 한 소녀들이 모여 꾸미는 일들이라는 것은 상상 이상이다. 요즘 아이들도 단체문자를 통해 한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 순식간이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교묘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들을 종종 마주하게된다. 오히려 이런 상처가 더 오래가고 잔인하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폭언을 일삼는 아이들. 그것을 보는 우리들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딸과 친구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케이트.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을 알고 있었다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아픔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딸들을 키우고 있기에 어느 이야기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나또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면 우리들이 아파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며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은 아이가 먼저 읽었다. 아무래도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 그런지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이 눈길을 끌었나보다. 의외로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담담해했다. 아이는 벤의 존재가 더 충격적이고 흥미로웠다라는 말을 한다. 아멜리아의 일은 마음이 아프지만 책속에서의 이야기일뿐이라며 무심하게 말을 한다. 어쩌면 어른들이 심각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당사자인 아이는 오히려 강하고 맞서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부모이기에 어쩔수 없이 책 속에서 만나는 아멜리아의 이야기이지만 그냥 지나칠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