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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천재화가의 마지막 하루
김영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다른 곳들보다 발걸음이 무거운 곳은 미술관이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아는것도 그리 많지 않아 많이 망설이며 찾는 곳이다.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고 노래를 못부르지만 음악회나 공연을 자주 보고 운동을 못하지만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못한다고 해서 보거나 듣는것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그림은 나에게는 넘지 못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때문인지 그림을 볼때마다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막막하다. 언젠가 전문가 한분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미술감상이라 했지만 내게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의적으로 찾기보다는 타의적으로 미술관을 찾고 그림과 마주할때가 많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 이번에 만나게 되는 몽우 조셉킴도 나에게는 낯선 인물이다. 김영진이라는 이름의 저자는 십대 때부터 조셈킴, 김요셉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어릴적부터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사람이다. 그는 1999년 뉴욕에 전시된 그림 500여 점이 이틀만에 모두 판매되면서 '21세기 천재 화가'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피카소와 샤갈, 호안 미로를 닮은 한국의 화가'라는 칭찬까지 들었지만 그림 수익금을 사업에 투자해 모두 날려버리며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몸은 허약해지고 왼손잡이 화가인 그가 자신의 왼손을 망치로 내리치며 화가로서의 삶까지 포기하려 했다. 죽음까지 생각했던 그가 다시 일어서 오른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희망의 빛을 찾기 시작했다.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그의 이야기이기에 지금 포기하려는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희망을 안겨주는 책이다.
<어느 천재의 마지막 하루>에서는 슬픔, 고독, 위로, 행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40편의 글과 그림을 만날수 있다. 벼랑끝에 서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자신에게는 더이상의 희망이 없을거라는 절망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선물이 아니라 또다른 아픔을 주는 가혹한 벌이라는 것을. 지금 당장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기도 힘든데 내일 그 아픔을 또 겪어야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꿈 꿀 힘조차 없다. 결국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어둠을 뚫고 다시 일어서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또한 끝없는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으려 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이 글을 읽으며 따스함을 느끼며 살며시 스며드는 희망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그림들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굳이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으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찾으려 하는 어리석음을 보이지는 않는다. 서두에 말했듯이 그림은 내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반가운 것은 그림을 그리는 이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일일것이다. 종종 어떤 그림 속에서는 끝없는 절망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그림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마음의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어둠이 더 많을까.
아니면 밝음이 더 많을까.
끝이라고 포기하려 할 때
희망은 시작되고,
더 이상 밝음은 없다고 느낄 때
빛은 찾아온다.
그래,
사실 우리 곁에는
어둠보다 밝음이 더 많아! - 본문 117쪽~120쪽
누구에게나 사련은 다가온다. 어떤 이는 아무일 없다는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겨운 일들도 닥쳐온다. 결국 그 시련을 이겨내는 것은 나의 몫일 것이다. 계속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살것인지, 한발한발 내디디며 그 어둠을 뜷고 나올 것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긴 어둠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의 이야기라 우리들은 더 공감하며 글을 읽고 그림속에 빠져드는지 모른다. 모르는 작가의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부담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그의 그림을 보며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작가의 열정을 바라보며 또다른 누군가도 삶의 희망을 찾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