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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ㅣ 개암 청소년 문학 19
홀리 골드버그 슬론 지음, 박우정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보며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별들. 절벽 앞에 서 있는 차는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여행을 간 사람들이 마주할수 있는 상황들이고 그 상황을 위태롭게 느끼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즐길수 있는 시간이 될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생각했다. 차 불빛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도 다정해 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자세히 알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서로에게 힘을 주거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다. 아니면 내가 표지하나만으로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을 보느라 모든게 어둠뿐인 두 사람의 삶을, 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우선 미안한 마음으로 샘과 리들을 만난다.
'샘 보더에게는 하루하루가 의미없는 날들이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떤 사정이 있길래 샘에게는 의미없는 시간들일까. 수십 개의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샘. 어딘가 정착하여 살지 않았기에 친구도 없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말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런 삶을 그래도 참아낼수 있는 것은 동생 리들 때문이다. 동생이 없었다면 자신의 삶은 더 엉망이 되고 늘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지친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해 왔기에 그는 늘 외톨이였고, 그렇게 사는 편이 편했다. - 본문 9쪽
샘이 이렇게 고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빠 클레런스 보더 때문이다. 스무 두 살의 나이에 감옥에서 3년을 보내고 그가 생각한 것은 다시는 감옥에 가지 않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우리를 황당하게 만든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정직하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슨 짓을 하든 경찰에 잡히지만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그가 샘의 아빠인 것이다. 샘이 초등학교 2학년이였던 당시 아빠는 동생 리들과 자신을 데리고 집을 나와 지금까지 정처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엄마를 기다리며 자신들을 찾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샘. 하지만 샘 엄마에게 슬픈 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체 포기하지 않고 엄마와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런 샘에게 하루가 의미없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샘에게 의미있는 하루가 되고 의미있는 사람이 생긴다. 그녀는 바로 에밀리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녀이다. 에밀리와 에밀리의 가족을 만나면서 샘과 리들에게는 어둠이 아닌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선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란 힘든 법이다. - 본문 419쪽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내일이라는 불행과 마주하기 싫은 사람들이 있다. 희망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어둠 속에 살수 밖에 없는 사람들. 샘과 리들에게 불행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이다. 읽는내내 답답함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이야기에 민감할수 밖에 없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밝은 모습과 행복한 것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아이들에게 불행을 씨앗을 심어준 사람은 그들의 아빠이다. 책임감이라고는 도통 없는 사람이다. 두 아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화가 나지만 그래도 샘과 리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책을 놓지 않게 된다.
샘이 비참한 삶을 견내낼수 있었던 것은 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읽어낼수 있었던 것은 샘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때문이다. 단순히 불쌍한 아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을 낼수 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샘과 리들에게 더 이상의 시련이 없었으면 한다.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매일 태양이 그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항상 따스하고 밝게 비춰주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