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김영하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고 있을때 전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매번 읽어야지 해놓고 미루어 두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 그 중독성에서 빠져나올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작품들을 읽어내려 간다고 하는데 매번 말로만 듣다 전 이제서야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멍~~' 입니다. 한 동안 책을 들고 멍하게 있었습니다. 단 한순간도 막힘없이 빠르게 읽어나간 책임에도 마지막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할수 없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다시 책을 펼쳐들어 본 것은 뒷부분에 있는 권희철 문학 평론가의 해설이였습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김영하 작가가 네 번째 장편소설 <빛의 제국> 출판 직후 쓴 글이라고 합니다.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이 말을 <살인의 기억법>을 위해 아껴두었으면 좋았을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을 만나면서 이렇게 빨리 읽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나갔습니다. 그 안에 함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제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다시 보게 됩니다.

 

충격. 제목이 주는 충격만큼 내용이 주는 충격은 더 큽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를 되뇌이며 읽게 됩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우리들을 충격에 빠져들게 합니다. 사람을 마지막으로 죽였다는 것은 그 전에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더 무서운 것은 마지막 살인을 하고 더 이상의 살인을 하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본문 7쪽

단 일곱 줄의 한쪽만을 읽었을 뿐인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난감합니다.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이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올해 일흔이 된 김병수. 그의 첫 살인은 열 다섯살에 술만 마시면 자신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여동생 영숙이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베개로 눌러 죽인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살인은 마흔 다섯살에 멈추었습니다. 수의사는 살인하기에 적합한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는 김병수. 강력한 마취제를 마음껏 쓸수 있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김병수는 상상할수 없는 살인을 지질렀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마지막 살인의 희생자는 지금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은희의 엄마입니다. 제발 딸만을 살려달라는 말을 듣고 지금껏 자신이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그가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점점 기억을 잃는 것이 두려워 메모를 시작하는 김병수.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을 합니다.

 

이야기의 흐름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지만 재미있는 글이 보입니다. 우연히 중학생이였던 딸 은희의 일기장을 보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병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웃지못할 글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책입니다.

연쇄살인범도 해결할 수 없는 일: 여중생의 왕따.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더 놀라운 것은 뒷이야기들입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은희와 김병수와의 관계, 그가 연쇄살인범이라 생각하는 박주태의 실체. 읽는 내내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고작 한 작품을 읽고 작가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는지는 확실히 알게 됩니다.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 니체" - 본문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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