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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 삶에 지치고 흔들릴 때, 프로방스에서 보내온 라벤더 향 물씬한 편지
원소영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7월
평점 :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이 있다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들도 있을 것이다. 나또한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들이 있다. 그 중에 한곳이 프랑스이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내가 가본 곳은 파주의 프로방스이지만 언젠가 프랑스 프로방스를 꼭 갈거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직접 가게 될 날이 올거라 믿는다.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영화속에서 보거나 책 속에 만난 여러 나라와 도시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적어놨는데 언젠가 적어 놓은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이 책을 만난다.
저자는 방송작가 활동을 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봉주르'라는 말 밖에 할줄 몰랐지만 프로방스로 떠났다. 이 책은 저자가 5년동안 프로방스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리들에게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대한 환상은 클 것이다.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겠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꿈을 꾼다. 프랑스를 간다고 해서 내가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들은 그곳들을 떠올리며 자신만이 가진 꿈이 있고 환상이 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프랑스에 대한 몇가지 환상들이 있다. 그 환상들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읽어나간다.
몇년 전 친구는 말그대로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나마 나의 마음을 털어놓을수 있는 친구가 떠나버린 것이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없고 아이들은 잘하지 못했지만 적응이 빨라서인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거의 집에만 있다보니 언어가 늘지 않아 혼자서 오랜 시간 힘들어했다. 저자도 '봉부르'라는 말 밖에 할줄 몰랐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느린대로 즐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조급한 마음이 앞서는게 보통의 사람들인데 느림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의식이 부족하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처럼 아마추어가 좋다. 프로방스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즐기면 살고 싶다.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맛보면서. - 본문 43쪽
처음 직장 생활을 했을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업무적인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였다. 원래 밥 먹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눈치가 보여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잡념이 많다보니 걷는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행동또한 빠름을 보이지 않으니 지금 돌아보면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답답함을 이겨내느라 힘들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느리고 느긋한 나이지만 몸속에 숨어 있는 한국인의 빠름은 어찌할수 없나보다. 가끔은 인터넷 속도가 느림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클릭을 하는 경우가 있고 마트에 가면 계산대가 가장 빠른 곳을 찾느라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책에서 저자가 마트에서 경험한 일들이 우리에게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증을 내지 않을까?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부터 계산을 해달라하든가 앞 줄에 있는 그 여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부터 우리의 조급함을 버릴수 있는 계기가 된다. 느리게 사는 것은 결코 답답한 일이 아님에도 우리들은 답답함을 호소할때가 많다.
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라 함께 나누는 일이 드물거라 생각했지만 저자가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은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비슷다는 생각이다. 처음 이 책을 마주할때는 우리들이 가진 환상을 더 키워나가지 않을까 했다. 겉에서 보는 프로방스가 아니라 프로방스 안에 살고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오히려 편안하게 그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늘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 다시한번 느림의 행복을 알아간다. 천천히 걸아가며 주변도 돌아보도 함께 가는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