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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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양이는 나에게 있어 싫고 좋은 동물이 아니라 무서운 존재이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들이 그렇다. 어릴적 무서운 경험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큰 상처로 남아 작은 강아지조차도 무서워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어릴적 말고는 집에서 동물을 키워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도 강아지는 주위에 키우는 분들이 있어 종종 보게 되지만 고양이는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경우 외에는 없다. 특히 낮보다는 밤에 불쑥 나타나는 경우 많아 솔직히 무서운 느낌이 더 크다.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가 아니라 일반 주택가라 유난히 밤에 고양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은 차 밑에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키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지 않아도 무서워하는 나에게 더 큰 무서움을 전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을 봐달라고, 친구가 되어 달라고 이야기한것인데 내가 모른척 지나친건 아닌지 모르겠다.

 

 

같은 동물을 보더라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서 만날때는 무서운 고양이였지만 책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은 어찌 이리 예쁘단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종이우산'이라는 닉네임으로 고양이 사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섯 살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그에게 고양이는 가족의 일원이자 절친한 친구라고 한다. 무서워하고 있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악인은 없다고 한다. 그럴때마나 난 사랑하는 마음이 그리 많지 않아 혹시 선한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무서워하는 마음이 클 뿐이지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 저자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들에게도 전해진다. 사진하나 글하나를 만날때마다 서로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니 읽는내내 편안한 마음이다. 또한 웃음을 짓게하는 사진들도 만난다. 절묘하다. 이런 사진을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이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졌을까.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고양이게는 미안하지만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서로 길이 달라도 가는 곳이 같다면 조금 더 빨리 가고 더 돌아가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모든 생명은 삶이라는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이자 동료다.

삶은 경주가 아니라 함께 걷는 여행길이란걸 행여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본문 72쪽

 

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자가 고양이에 대한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겨 놓은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과 함께 쓰여진 짧은 글들은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고양이의 삶이 아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떠돌이 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버려진 고양이들에게는 오랫동안 남아있는 상처의 아픔이 있다. 우리들은 그 아픔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인색함을 보였던 것은 아닌지. 도둑 고양이가 아니라 그들에게도 나비, 반야, 보리, 해탈, 효심이(소심이, 강심이), 수염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젠 무섭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예쁜 이름들을 불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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