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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고종 황제의 그림자 연인
문준성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과 허구의 만남.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혹시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903년 11월, 미국 보스톤 선데이 포스트지에 조선왕 고종과 에밀리 브라운이라는 미국처녀가 결혼을 한다는 기사가 났다. 이 기사의 진실여부를 떠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들은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라고 말을 한다. 지금이야 흔한 만남이고 이상할 것이 없지만 아직은 우리의 것을 고수하고 다른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폐쇄적인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하니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다.
고종과 에밀리의 만남이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라서가 아니라 힘이 없는 한 나라의 황제가 사랑하는 여인조차 자신의 곁에 둘수 없고 지켜낼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보다 로미와 줄리엣의 사랑이 우리들에게 오래 남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고종과 에밀리의 만남도 비극적이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분차이도 아니고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운명이 이들앞에 있다는 것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메리와 에밀리 자매는 아빠 피터 브라운과 의료선교를 하러 조선에 오게 된다. 고향 샌더스키의 절친한 친구 로라는 1센트짜리 동전을 에리 호에 던지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수 있다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급하게 가는 바람에 떨어뜨린 동전이 바다에 떨어진 것을 보니 왠지 마음이 편치않다. 1센트짜리 동전이 에밀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일까? 친구 로라의 말처럼 에리호에 던지고 왔더라면 자신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었을까?
" 이 동전을 물에 던지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대." - 본문 10쪽
이런 것이 운명의 만남일까? 길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른 나라들의 견제를 의식하고 에밀리에게 계약연애를 권하는 이희. 그는 한 나라의 왕으로서가 아니라 한남자로 에밀리에게 다가가고 에밀리또한 한 나라의 왕이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현실은 이들의 만남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믿음보다, 조국보다도,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 이희라는 남자가 자신의 삶의 이유이자 의미가 되었다는 것을. - 본문 269쪽
나약하기만 했던 고종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것에 고뇌하고 자신이 사랑한 명성왕후조차 지켜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허수아비 왕으로 살아가는 그의 아픔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지만 온전히 그 아픔을 덜어내지 못하는 고종. 그런 그에게 따스함을 전하는 한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 그 아픔과 함께 한 왕의 이야기.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지 못하고 그 여인만큼 사랑한 나라마저 함께하지 못한 비운의 왕 고종.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우리들에게도 전해지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