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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들이 온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평점 :
가끔 도서관을 가면 동화책 읽어주는 엄마나 할머니분들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데도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아이들이 어렸을때 종종 책을 읽어주면서도 참으로 딱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맞게 재미나게 읽으면 아이들이 더 좋아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인지 읽으면서도 혼자 쑥스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마음까지 들여다볼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를 전해주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빠져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보며 조금은 색다른 직업을 만나게 됩니다. 전기수.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전기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전기수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전기수와 함께 나오는 또다른 직업은 변사입니다. 원래는 활동사진 해설가라는 이름이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변사라는 이름이 익숙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전기수만큼이나 변사가 낯설지만 제가 어렸을때만해도 방송에서 종종 변사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무성영화는 아니였지만 종종 옛 이야기들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에서 신출 변사가 나와 비련의 여주인공도 되었다가 다시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 되어 한편의 영화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방송을 통해 종종 보았기에 변사가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참으로 낯선 전기수와 변사를 만나게 됩니다.
어릴 적 이불속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만큼이나 정겨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이야 글을 읽을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기에 우리들이 외면하지 않는한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책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해서였을까요? 책속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기수의 인기는 설명할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유명한 전기수 도출 어른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수한과 동진. 누구보다 이야기에 자신있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무성영화가 들어오면서 변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돈과 명예를 위해 전기수가 아닌 변사를 하려는 동진과 평생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은 수한.
이 둘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시대나 변화의 바람은 불어옵니다. 그 변화에 발맞춰 따라가는 동진의 눈에 수한은 변화하지 않는 고집불통인 사람인것이고 자신의 것을 고수하려는 수한의 눈에 동진은 자신의 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발빠르게 이익을 찾으려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어떤 아이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두 아이 모두 많은 이들에게 진심어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지 않을까합니다.
"사시사철 바람과 햇빛이 다르듯, 사는 때마다 사는 곳마다 이야기도 다 다른 법이다. 글자가 없을 때는 이야기가 순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이백 년 전 조선에는 소설이라는 책으로 전해졌고, 지금은 무성영화가 대세지. 그러나 변하지 않는 건 그게 모두 이야기라는 것이야." - 본문 199쪽~200쪽
우리가 만난 전기수들은 책속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아픔은 나누어 짊어지려하고 슬픔마저 자신들이 안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힘이 참으로 없었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전기수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감정보다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힘 앞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내려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언제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