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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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살. 그때의 나는 어떠했을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말없고 조용히 별 사고없이 지내는 아이라고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 나이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는 늘 파도가 일고 있을 것이다. 나또한 나 안에 갇혀 늘 이런저런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에게 참으로 답답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물어보는 말에만 한두마디 대답을 할뿐이니. 지금의 친구들이 고마운 것은 그런 답답함을 참아내고 못난 나의 친구로 남아 주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말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말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도 보니 가끔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청소년 소설을 만나면 지금의 옛 추억을 함께 할수 있어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다.

 

13세 소녀와 할머니는 매주 일요일 12시가 지나면 TV 앞에  앉아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할머니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보고 있는 <전국노래자랑>. 할머니의 흥얼거리는 노래소리를 좋아하는 아이. 바쁜 엄마로 인해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는 할머니의 정서를 닮아가고 있다. 참으로 다정한 할머니와 아이.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더 행복한건 왜일까?

 

집을 나간 아빠. 그런 아빠를 찾겠다고 형민이가 다섯살때 할머니에게 맡기고 집을 떠난 엄마. 그 이후로 형민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할머니는 전국노래자랑의 팬이다. 그런 할머니에게 살고 있는 동네에 전국노래자랑의 예심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형민이에게 함께 나가자하는 할머니. 어릴때부터 키워준 할머니의 설득에 못이겨 전국노래자랑에 나간다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방송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 

 

책을 보면서 참 잘 자라준 형민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기죽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아이. 한편으로는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응석한번 부리지 못하고 일찍 든 철이 오히려 마음 아프기도 하다. 처해진 환경 때문에 세상의 편견으로 힘든 아이들이 있다. 부모 없이 커서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게 위해 어쩌면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모른다. 같은 잘못을 하더라도 다른 이들은 환경이라는 이유를 대며 아이들에게 더 질책할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만날때마다 그런 현실에 놓인 아이들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이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어린마음에도 공호 엄마를 부러워하면 나를 키워 준 할머니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에게 주고 간 선물, '너무 일찍 든 철'은 이럴 때 나를 배신하지 않고 찾아왔다. - 본문 81쪽

 

형민이와 제일 친한 친구 공호는 부모님이 이혼하셔 아빠와 살고 있다. 잘살던 공호였지만 아빠의 사업실패로 지금은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 살고 있다. 형민이가 좋아하는 미미는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고 아이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왕따이다. 놓여있는 현실은 암담하고 어두워 보이지만 이 친구들은 다행히도 빛을 바라보고 있다. 어둠 속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의 빛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들에게 우리들이 더 이상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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