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주성철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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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방송에서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전할때 누군가 만우절이라는 이름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이라고 믿었다. 그럴리 없다. 그가 왜 자살을 한단 말인가?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때 친구와 통화하며 분명 누군가 만우절이라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서로 이야기 하였다. 우리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였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떠난날  지난 추억들을 꺼내보며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수 없었다. 단지 그가 떠나서가 아니라 그와 함께한 추억도 사라져 버리는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입시에 찌들었던 학창 시절. 우리들을 숨쉬게한 것은 홍콩영화였다. 그 중심에 유덕화와 장국영이 있었다. 다른 배우들도 많았지만 난 두 배우를 좋아해 그들이 나오는 영화라면 어디든 달려가 보았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영등포 뿐만 아니라 서울에 살고 있었지만 보충 수업을 빠지고 인천까지 찾아가 친구들과 유덕화와 장국영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홍콩 영화라면 다른 일을 미루고 영화관을 찾아가 보았으니 나에게 있어 장국영이라는 배우는 단지 영화 배우로만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떠난지 10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만났다. 주성철 기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장국영을 만나면서 먹먹해지는 지금의 이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만나지 못한 나에게 그의 죽음은 가족이 떠나는 것 같은 슬픔과 아픔을 주었다. 요즘 자신이 좋아하는 팬을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소녀들처럼은 아니지만 나의 학창시절은 그로 인해 다른 세상을 꿈꾸게하고 어둡기만 했던 나에게 한줄기 빛이였다.

 

지금은 영화에 관한 정보들을 많이 접할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영화 리플릿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꼭 리플릿을 구입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보면서 예전에 사모았던 리플릿을 꺼내보았다. 역시 많은 리플릿 중에서 홍콩 영화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아쉽게도 이사를 하며 분실된 것이 있어 장국영 영화 중 남아있는 것은 아비정전, 종횡사해, 영웅본색2, 장국영 은퇴기념 포토앨범 뿐이였다.

 

 

<내 소중한 홍콩 영화 리플릿>

 

책에서는 아비정전의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 또한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참으로 좋다. 리플릿을 보니 참으로 소박한 그의 소개가 보인다. 지금도 아비정전을 볼수 있지만 그때 보았던 레슬리가 그립다.

 

 

                                           < 아비정전 리플릿 중에서 >

 

1991년 종횡사해가 개봉할 당시 주윤발과 오우삼 감독이 왔던 걸 기억한다. 친구와 나는 장국영이 오지 않았다고 툴툴거리며 본 영화이다. 책을 보며 옛 기억 속에 우리와 함께한 장국영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해 친구들은 나의 생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날에 박스로 선물을 해 주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은 따로 있었지만 장국영이 나온 광고를 본뒤로 친구들은 투유 그랜드를 사주었다. 우리의 추억 속에는 항상 그가 있었기에 그가 떠났다는 것을 인정할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장국영 은퇴기념 포토앨범 뒷표지에 있는 투유 초콜릿 광고>

 

이별이 소중한 것은 늘 떠난 다음에야 깨닫는 위로의 선물을 남기기 때문이다. 장국영은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누군가와 멋지게 이별하는 법이라는 선물을. 그와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본문 298쪽~299쪽 

 

주성철 기자는 장국영이 우리에게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고 말을 한다. 아직은 그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만우절 거짓말이였다며 우리들 앞에 짠~ 하고 나타날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보내고 그가 남긴 선물을 받아야겠지ㅠㅠ 가끔은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보내고 싶지 않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만났지만 나에겐 아직도 사랑하는 장국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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