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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자식이 세상을 떠나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지금 내 아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온다. 아이들이 아파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그런 아이들을 볼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오는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제임스의 가족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재스민 누나와 쌍둥이 로즈 누나가 세상을 떠나면서 제임스의 가족은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동그라미 형태의 가족이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수 없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빠는 늘 술에 취해있으며 다른 남자에게 위로 받던 엄마는 가족을 버리고 그 남자에게로 떠난다.
로즈 누나는 벽난로 위 선반에 살고 있다. 이 첫 문장으로 책을 시작한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늘 곁에 두고 싶었던 것일까? 아빠는 누나의 유골함을 벽난로 위에 놓고 아직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런던 시내 폭탄테러 사건으로 어린 로즈가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아빠는 모슬렘에게 큰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술에 빠져 살게 되었던 것이다.
분명 가족을 잃은 슬픔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와 재스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떠난 로즈를 잡고 있느라 함께 있는 제임스와 재스민은 보고 있지 못한건 않았을까? 떠난 로즈의 모습을 재스민에게 찾고 싶었던 것이였을까? 어릴 적 로즈가 입었던 옷을 재스민에게 그대로 해 주었던 것이다. 결국 15살 생일날 재스민은 머리를 싹뚝 자르고 분홍색으로 염색을 하고 코에 피어싱까지 하게 된다. 재스민은 비록 쌍둥이였지만로즈가 아닌 재스민으로 자신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남자와 떠나버린 엄마를 두고 세 사람은 새 출발을 한려한다. 살고 있던 곳을 떠나 시골로 전학오지만 이 곳의 생활도 그리 평탄치가 않다. 아빠는 여전히 술에 빠져 살고 제임스의 생일이나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 엄마에게 와달라고 편지를 보내지만 엄마는 연락조차 없다. 더군다나 제임스가 전학온 학교에서 짝이 된 친구는 아빠가 경멸하는 모슬렘 수냐인 것이다. 이곳에서 로즈 누나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제임스네 가족은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날 아침 우리한테 뭔가 큰일이 일어났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배가 아프고, 심장이 아프고, 눈물을 계속 흘렸지만, 난 알았다. 변화가 모두 나쁜 건 아니라는 걸. 뭔가 좋은일도 생겼다는 걸. - 본문 301쪽
아직도 아빠는 술을 마시고 있다. 누나의 머리도 여전히 분홍색이다. 하지만 로즈 누나가 세상을 떠난 후 눈물을 흘릴수 없었던 제임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또한 아빠는 일을 찾으려하고 누나의 분홍머리를 인정해 주었다. 참으로 긴 시간동안 가족의 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서 다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이 가족들을 보면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을때 쉽게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질책할수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하지만 우리들이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세 사람이 로즈를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죽음을 인정하며 다른 모습으로 마음 속에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한다. 제임스의 이야기처럼 좋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