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량원다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다.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나이기에 아직도 알고 싶은 작가, 알아가야할 작가와 작품이 많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아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실망하기도 한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두려움반, 설레임 반이다. 작가에 대해 모르기에 어떤 느낌의 책을 만나게 될지 기대감이 있기도 하지만 전혀 모르기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작가가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있다.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며 량원다오의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2006년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기 형식으로 매일 한 편씩 써내려간 자기 해부의 시문이다. 어떤 주제로 쓸까 고민을 하다가 롤랑 바르트의 <작은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남겼다. 다른 책들을 만날때처럼 만만(?)하게 생각하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부담없이 읽어갈수 있지 않을까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겨 8월 1일 아집이라는 그의 첫 글을 읽고 책을 덮었다.

 

우리가 보는 것들은 우리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연일 뿐이다. 꽉 움켜쥐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것을 아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본문 16쪽

 

첫장에 나온 글을 읽고 잠시 책을 덮을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님에 분명하다. 읽으면서 내용들을 곱씹어봐야하며 찬찬히 읽어나가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책도 생각없이 술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머리와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 눈만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 책은 머리와 마음을 함께 움직이게 하는 책이 아닐까한다.

  

정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철저히 변화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본문 50쪽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들이 싸우고 나면 종종 '우리 다시 시작해'라는 말을 하곤한다. 사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무엇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는 것일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사용했던 이 말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다시 시작하는 방법은 나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내가 되어 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자신은 그대로이면서 출발선에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의미없는 출발이 되고 만것이다.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들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으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여러 이름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 상처를 치유할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랑으로 치유받을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자신의 몫이 아닐까한다. 어떤 이름으로 상처를 받았을지라도 그 상처를 이겨내는 것은 나의 몫이고 다른 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치료해나가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량원다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따뜻함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좀더 냉정하고 현명한 우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감상에 젖어 그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이성적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그 상처를 보듬어가라고 충고하고 있다. 지금 사랑과 이별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있다면 슬픔에 잠겨 있기보다는 그 슬픔속에서 나와 자신이 지닌 상처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사랑의 상처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받아야하는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해 나갈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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