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맨 - 제2회 골든 엘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이시카와 도모타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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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스파이더맨, 슈퍼맨이 아니라 그레이맨을 만났습니다. 그레이맨은 우리가 만났던 다른 맨들과 뭐가 다를까요? 하지만 그레이라는 색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요?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 듭니다. 표지가 주는 느낌도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가위를 들고 있는 누군가 붉은 실을 자르려하고 있습니다. 그레이맨은 도대체 누구이며 그는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요? 

 

몸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 폐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 이 지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절망감, 몸의 세포가 다 타버릴 듯한 분노, 그리고 그 분노에 목이 졸려 버린 슬픔, 어떻게도 해결할 수 없는 자기혐오. - 본문 284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슬픔을 느끼고  이런 고통을 가져본적이 있을까요? 만약 이런 고통과 슬픔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면 과감히 읽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의 아픔과 분노를 그레이맨과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할수 없을테니. 조금은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며 이 책을 만나는것은 나도 힘없는 약자이며 힘있는 자들의 횡포에 아파한 사람이기에 책을 읽는내내 같이 아파하고 힘들어했는지 모릅니다. 무엇이 이토록 읽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요? 

 

여기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있습니다.

스무 살의 피해자를 30일 동안이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끝에 폭행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경매를 하여 자신들의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 모녀를 유괴하여 폭행을 한 후 살인을 한 사람들, 직장에서의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 잠을 재우지 않고 밥을 굶기고 소음이 가득한 방에 감금하는 부모 밑에서 온갖 학대를 받은 사람 등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살아갈 이유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들이 생각한 것은 결국 죽음입니다. 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나타나는 그레이맨. 그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줍니다. 세상의 약자들에게 살아갈수 있는 힘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줍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약자의 편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는 그레이맨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전 세계의 민중들이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약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약자들 스스로 회색 옷을 차려 입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게 되었다. 새로운 그레이들이 지금 전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 본문 469쪽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행복을 꿈꾸는 우리들은 간혹 알수 없는 힘들에 의해 그 꿈이 좌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의 일이라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지만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모조리 앗아가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읽으면서 무거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한 이유는 '권선징악' 이라는 아주 단순한 결과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많은 약자들이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결과를 기대할수 없는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테니. 그러기에 우리는 꿈꿉니다. 그레이맨이 되어 약자를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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