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화
허수정 지음 / 고즈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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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지나도 믿을 수 없는 사랑의 기적

이 글귀만 보고 우리들은 남녀간의 사랑을 떠올릴 것입니다. 어떤 사랑이기에 천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그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에서 오랜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이루지 못한 남녀가 현재에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다룬적이 있습니다. 현재에서는 과거의 이루지 못한 남녀의 만남이 이어지고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라는 시간에서도 그 둘은 사랑할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됩니다. 사랑의 힘이라는 그런 것일까요? 우리가 상상하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첫 장을 넘겨 봅니다. 

 

권세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름만 가지고 있는 왕.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화도로 천도하고 무신들은 왕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은밀히 왕은 자신이 믿고 있는 법사 '우송'을 부릅니다. 몽골에 의해 불타버린 대장경이 일부 남아있는데 그것을 비밀리에 운송하라는 명령을 받은 우송. 왕권을 되찾기 위해 육로를 통해 대장경을 운반하는 총 책임을 맡게 된 우송은 대장경을 강화도까지 운반할수 있을까요?

 

"법사, 과인은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대장경을 여기로 옮겨와 보존할 생각이오. 이것은 백성들에게 고려가 망하지 않는다는 증표가 될 게요. 물론 왕명을 옮길 예정이오." - 본문 18쪽

 

불타고 있는 대장경의 일부를 빼낸 김강식의 여식 부용, 부용과의 어릴 적 인연이 깊은 학승 진오, 왕의 호위무사라고 말하는 양무와 함께 법사 우송은 왕명을 받들어 대장경을 찾아 강화도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육로를 택하라는 이유도 비밀리에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며 대장경을 가져와야 하는 이유도 알지 못한체 우송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왕명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힘든 네 사람의 운명. 이들은 대장경 운반을 하기 위해 만났지만 그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힘든 고난의 길에 모이게 한 것일까요? 

 

역사소설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휘대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해져 오는 이야기나 글로 남아있는 것들뿐입니다. 가끔은 그 글이 진실일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우리는 새로운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몽골군에 대적하여 불심으로 만들어낸 대장경. 그 대장경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네 사람의 심리상태를 보고 있는 우리들은 슬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며 마지막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우송에게는 조금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인물에 비해 중요한 순간에 우송이 가장 나약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자신도 그것을 알았을까요?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그를 보며 우리들은 지난날의 그를 씻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상실...... 상실을 말씀하셨지요? 허나 상실이란 허망하고도 가뭇없는 것이 아닙니다. 상실은 희망을 잉태합니다. 그건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상실은 곧 희망. 빛과 그림자와도 같은 겁니다." - 본문 425쪽

 

네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들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보고 그들이 꿈꾸는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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