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밀정원 - 숲 속 오솔길에서 열네 살 소녀를 만나다
신순화.김미조 지음 / 나비장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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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이웃이 된 사람은 아이들이다. 우리는 서로이웃이기는 하지만 서로의 글을 읽지는 않는다. 글을 읽지 않으니 댓글을 남기지도 않는다. 매일 보는 얼굴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쓰는것이 아님에도 서로의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 아이들이 내 글을 읽는것이 쑥스럽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서로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매일 마주하던 엄마가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만난 엄마의 이야기. 평소 집안일을 하며 돌봐주던 엄마가 아니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고 블로를 시작하며 그곳에 자신의 일상을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엄마. 솦 속 오솔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의 블로그를 보며 딸은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엄마의 모습.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블로그속 이야기를 보며 딸은 엄마의 모습을 하나씩 알아간다. 

 

나는 엄마가 궁금하다.

엄마의 딸이자 한 인간으로서 나는 당신이 정말 궁금하다. 말이나 글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그 이상의 것을. 그 이면의 것을, 당신의 깊은 속을 알고 싶다. - 본문 88쪽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인 내가 만난 이 책은 색다르다. 어느 순간엔 딸이 되고 다른 이야기에서는 엄마가 되어 이야기들을 만난다. 나는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늘 무언가 받기만 하는 엄마에게 내가 해드린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들은 엄마라는 존재가 여자로서의 삶, 한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곤한다. 단지 엄마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이 되면 더더욱 부족한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의 반의 반만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며 더없이 부족한 딸이자 엄마인 나를 보는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책을 읽는내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남긴 글들을 보면서 작가는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많은 이야기들은 나누고 있지만 내가 엄마에 대해 아는것이 별로 없다. 엄마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이야기들을 알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엄마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않고 늘 투정만 부리는 딸이기에 엄마의 글을 보며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것이 부럽다. 딸과 엄마는 애증의 관계라고 했던가?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진 삶의 방패막이자 영원한 나의 편이 되어주는엄마. 작가는 보물찾기를하듯 엄마의 보물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엄마의 보물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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