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1,2권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3권을 만나고 바둑을 모르는 나에게 바둑의 세계에 흥미를 가지게 한 책이다. 물론 바둑 관련서는 아니지만 바둑을 아는 사람이라면 책을 보는 재미가 더 클것이다. 아직은 아무리 봐도 수가 보이지 않고 도통 어떻게 집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한수를 놓을때마나 우리의 삶이 보인다. 4권의 이야기에서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제시할까?

 

"자벌레가 몸을 움츠리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함이다. "

(중략)

바둑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이다. 흑은 엷고 백은 두터우니 초조함을 이겨내고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 본문 103쪽

  

바둑을 잘 모르는 나도 조훈현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다. 제1회 응씨배에서 우리나라의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의 대국 56수에서 우리는 기다림을 배운다. 가끔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잠시 쉬어가는 것조차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쉬지도 못한다. 자벌레뿐만 개구리도 도약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츠리는 시간이 필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움츠리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어쩌면 예전에 나였다면 이 글을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상태가 움츠리고 있는 단계이기에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글이다. 이것이 두려웠다. 이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도약하지 못하고 계속 움츠려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전체적인 내용을 떠나 103쪽의 이 글은 아직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마음에 남아있다. 이 기다림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지.

 

미생의 네 번째 이야기는 정수이다.

정수의 사전적 의미 :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속임수나 홀림수를 쓰지 아니하고 정당하게 두는 기술.

우리의 삶도 그렇다.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뒤에서 냄새나는 일을 꾸미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도 그런 일들이 종종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뉴스에서도 비리 문제가 나오고 개인의 욕심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씁쓸한 느낌이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장그래가 회사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나 일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오과장이 오히려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회자의자이기 보다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정수를 두는 삶이 조금은 더 힘들지 않나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그래도 오과장의 삶을 지지한다. 나또한 정수의 삶이 옳은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에. 

 

바둑을 몰랐던 처음의 낯설음이 이제는 호기심으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궁금함으로 5편을 기다려본다. 정수의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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