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매일 써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학교 다닐때는 숙제이기 때문에 그나마 내용을 떠나 매일 쓰긴 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일기가 아니라 주기나 월기가 되고 맙니다. 사실 쓸때는 조금은 귀찮은 느낌이 들지만 매일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남기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이와 2012년 새해계획을 세우며 일기는 되도록 매일 쓰자고 다짐을 했건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2013년 계획을 세우며 빠지지 않은 것은 일기쓰기입니다. 아이들과 올해는 주기나 월기가 되지 않고 일기가 될수 있도록 노력해보렵니다.
<블룸카의 일기>는 바르샤바에 있는 코르착 의사선생님네 고아원에 살고 있는 블룸카가 자신의 일상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이기에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혹시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해야하는 것에 대해 중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일기쓰기가 아니라 블룸카의 일기는 우리들에게 내가 아닌 우리를 보게하고 다른 세상을 보는 넓은 마음과 눈을 가지게 합니다.
이백 명이나 살고 있는 집이지만 사진 속에는 열두명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블룸카는 코르착 선생님과 열두명의 아이들에 대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봄철 내내 부엌에서 일을 해 번 돈으로 물고기를 사서 강에 놓아준 지그문트. 독서대회 때마다 일등을 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레기나, 겨우 다섯살인데 석탄을 나르고 친구들에게 힘이 세다고 칭찬을 받는 코칙, 나무를 잘 다루고 공방에서 누구보다 서랍을 잘 만드는 아브라멕 등의 친구들과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일기로 쓰는 블룸카. 그리고 코르착 선생님. 우리들이 꿈꾸는 선생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뜻함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선생님. 모든 친구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해주시는 분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선생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벌보다 상이 훨씬 중요하다고 코르착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용서하고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가장 좋다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 본문 중에서
<블룸카의 일기>는 교육자이자 어린이 인권운동의 선구자인 야누시 코르착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고 합니다. 전쟁이라는 큰 고난 속에 아이들은 더 없이 냐약한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리고 보호받아야할 아이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을때 품어주고 그 아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분의 이야기라 그런지 책이 주는 감동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되니 몸과 마음이 더 추워지는 친구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보며 잠시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