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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17년차 주부가 할줄 아는 요리가 하나도 없다면 믿을수 있을까? 어느것하나 잘 하는것 없지만 요리에는 전혀 소질이 없고 그다지 관심이 많지도 않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주부임에도 내가 만드는 것보다는 누군가 해주는 요리가 좋다. 나의 곁엔 늘 한결같은 일류 요리사가 한분 계신다. 바로 엄마. 결혼전은 물론이고 결혼 후에도 우리 집 요리 담당은 엄마이시다. 결혼 전에야 엄마 품에 살았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결혼 후에도 항상 엄마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 지금이야 엎어지면 코 닿을때 살고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결혼 후 6년 정도는 엄마와 난 차로 30여분 거리에 살았다. 엄마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아빠가 출근을 하시고 나면 음식을 해서 딸에게 오는거였다.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딸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하지만 6년을 항상 그러셨으니. 가까이 살면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엄마는 딸들을 위해 매일 요리를 하신다. 그 덕(?)에 난 17년차 주부이지만 할줄 아는 요리가 없다.
우리는 어쩔수 없이 먹고 살아야한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이라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음식을 먹을 때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공적인 일로 만나든 사적인 일을 만나든 우리들은 그들과 함께 차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단지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단지 요리소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사랑이 담겨 있는 요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가족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이웃간의 사랑.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 것은 그다지 맛이 없다. 하지만 김치 한가지를 놓고 먹는 식사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으면 꿀맛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오이 쓰케모노, 오코노미야키,미소즈케, 라따뚜이 등 생소한 음식들이 나오지만 그 안의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고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낯선 요리이지만 이야기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참으로 이상한것은 요리에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그들의 추억을 들으며 나도 한번 그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같은음식을 만들어보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추억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소중한 사람들과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 우리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 주변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늘 나의 요리사가 되어준 엄마를 위해 간단한 요리라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중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