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시집]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나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시' 하면 소녀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왠지 한 소녀가 햇살이 가득한 나무 벤치에 앉아 시집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소녀의 모습이 없었지만 작가가 말한 서정윤, 유안진을 만나면서 나또한 '시'가 좋아졌는지 모른다. 서정윤 작가의 홀로서기 시집이 나올때마다 꼭 사야했고 유안진 작가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예쁜 편지지에 옮겨 적곤 했다. 아직도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보면서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끝없이 하게된다. 한문장한문장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시이다. 학교에서 주제와 소재를 찾고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시들이 좋다.

올드걸의 시집. 많은 걸들이 있는데 작가는 올드걸이라는 말을 했다. 나도 올드걸인데^^ 시집이지만 시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작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함께 볼수있다.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에는 우리들이 평소 좋아하는 시뿐만 아니라 잔잔하게 작가의 삶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와 동떨어진 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함께 하는 시들이기에 우리의 마음이 따뜻해지는지도모르겠다.

1장 여자,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2장 엄마,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3장 작가,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문학적인 해석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시를 들려주니 우리들이 친근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어찌보면 우리처럼 평범한 한 엄마가 여자라는 이름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를 만나는 일이 점점더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시집 한권쯤 가방안에 넣고 다녔는데 지금은 마음에 시 하나 담을 여유조차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래 고통받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는 해의 힘없는 햇빛 한 가닥에도

날카로운 꽃잎이 땅에 처지는 것을

(중략)

오래 고통받는 이여

네 가슴의 얼마간을

나는 덮힐 수 있으리라

- 이성복의 시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본문 64쪽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시를 떠올리게 된다. 학창 시절 친구가 예쁜 편지지에 손글씨로 적어 주었던 시, 좋아하는 선생님이 들려주던 시를 떠올리며 나의 추억을들 떠올리고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 어쩌면 찬란한 시절에 만나는 시보다는 내가 힘들고 외로울때 만나는 시들이 오래 기억에 남고 그 시들이 나에게 힘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부제처럼 상처받고 꿈꾸는 이들이 만나면 좋은 책이 아닐까한다. 책을 보며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안아가고 꿈을 꾸는 이들이게는 희망을 꿈꾸게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