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지음 / 예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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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좋은 일이 생기면 무심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 가끔은 전생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낯설지 않고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언젠게 경험해본것 같은 느낌들. 이런 느낌들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지 않았을까?

 

단지 전생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다. 여러번의 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전생의 기억들로 괴로워하며 현재의 삶마저 흔들리고 있다. 조금은 낯선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혹시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유석, 한주, 부전은 현재 경찰관 손재엽, 기자 석해인, 작가 유아리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은 같은 성이 아니지만 친구처럼 살아가고 있다. 몇번의 전생을 살았던 이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것은 아니다. 그 기억의 혼돈 때문에 나쁜 길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재엽은 경찰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환의 세계에서는 가디언의 역할로 그들을 제거하고 있다. 네 사람의 연결고리를 보면서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꿈을 향해 걸어가던 친구들이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위하고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평범함을 꿈꾸지만 그들은 어쩔수 없는 환인들이며 그 아픔을 다른이들에게는 쉽게 드러낼수 없는 슬픈 사람들이다.

 

대개의 환인들이 현생 직전의 전생을 회귀하지만 드물게는 몇생이 중첩된 기억으로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환인들을 '환'에서는 다생환인이라 불렀다. - 본문 20쪽 

 

현실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재엽, 해인과 달리 전생의 상처가 많은 아리는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하듯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살았던 전생의 삶들을 글로 표현하고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평화로운 이들의 삶에 의문의 인물 로즈 이가 밀러가 나타나면서 폭풍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나는 차생이 있다는건 알지만 내일은 믿지 않아요. 이 순간에 내가 여기 살아 있다는 것도 못 믿을 때가 있는 걸요. - 본문 259쪽

 

읽으면서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전생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건 그냥 지나치듯 생각해보는 일뿐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주변에 있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들을 만나고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같은 이들은 혹시 예전에 함께한 인연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녀의 눈빛, 그건 살기였다. 한없이 가녀린 몸짓으로 위장한 그녀 내면의 사악함. 그건 로즈만이 알아볼수 있는 것이었다.  - 본문 410쪽

 

마지막을 읽으며 이들이 행복을 찾아 떠났다는 안도감이 있지만 마지막 아리가 로즈에게 남긴 눈빛은 온종일 나에게서도 떠나질 않았다. 왠지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아리가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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