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반전으로 우리를 혼란스러운 일상으로 빠져들게 하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개정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다.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살다보니 가끔은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뭔가 놀라운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책 속 이야기처럼 괴담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난다면 그리 좋아할것 같지는않다. 옷깃을 여미는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따스한 차 한잔이 생각나지만 이 책은 더 스산한 느낌을 가지고 출발하려 한다. 그럼 마음을 담아 얼음 한가득 채운 주스를 마시며 찬기를 느끼면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한다.

건설 컨설턴트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두려는 생각을 하던차에 사내보를 맡게 된 와카타케. 다른것은 걱정이 없는데 매달 사내보에 실어야할 소설 때문에 선배 사타케에게 부탁을 한다. 선배는 자신이 하지 못하고 익명의 작가를 한명 소개해주고 사내보에는 매달 한편씩 소설이 실리게 된다.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익명으로 쓰여진 소설이 책에는 4월부터 3월까지의 1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친구 중에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는 녀석이 하나 있어. (중략)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은 없어. 하지만 자기가 체험했거나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부여하는 묘한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 - 본문 11쪽

책에서도 말하지만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의 정서와 달라서인지 조금은 기괴하고 잔인한 이야기들을 보며 가을날 한기를 더 느끼게 된다. 12편의 이야기를 말하면 읽는 분들이 생각해 나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 좋을듯^^ 12편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허탈하고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야만 그 실마리는 풀 수 있으니 절대 중도에 실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의 마지막을 보면서 왜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것일까?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반전은 어느 영화에서도 볼수도 느낄수도 없는 것이였다. 이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서두에 선배가 편지로 힌트를 주고 12편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있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책을 덮으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와카타케, 사다케 선배, 존재를 드러낸 익명의 작가 헨리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며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걸어가는 장면이 함께 떠올랐다. 아마도 이 책이 우리에게 가장 충격을 주는 것은 세 사람이 함께 만나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였을까? 확실히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