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구판절판




공지영 작가 전작읽기를 의도적으로 한것은 아니지만 한두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읽었다. 책과 그리 가깝지 않은 내가 이렇듯 빠져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공지영 작가는 독자들의 호불호가 명확한 작가 중 한명이 아닐까 한다. 어느 작가든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책 한권으로 모든 인생의 무게를 담아내야 하는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을때마다 내 삶의 그림 조각을 하나씩 맞추어가는 느낌이 들었기에 신간이 나올때마다 꼭 챙겨서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나온 <사랑하는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는 작가 자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인 우리들에게도 주고 싶다고 했으니 이 책을 읽어야할 분명한 이유가 생긴것이다. 작가가 우리에게 준 365일의 선물. 처음에 작가의 책을 거의 읽었다고 말한것이 조금은 창피해진다. 읽었던 책들이 분명히 맞는데 책 속 이런 글들이 있었나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작가의 출간된 책속의 글을 통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은 글이나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노트에 옮겨적곤 했다. 너무 좋은 글들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때도 적어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나의 게으름을 바쁘다는 핑계로 합리화 시키며 좋은 글들을 일일이 옮겨적지 못하고 쪽수만 메모해 놓는 정도이다. 내가 예전에 작가의 책에서 적어 놓은 글들을 보면서 책 속에서 그 글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물론 그런 글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공통점을 찾을때의 그 기분을 뭐라 할수 있을까?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아니지만 가끔 집안에 불을 끄고 초를 켤때가 있다. 어릴 때는 촛불을 켜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정전이 되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촛불을 켜는 일이라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켤때 뿐이리라. 가끔은 예쁜 초를 사서 집안의 불을 끄고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종종 책을 읽기도 한다. 물론 옆에서 눈이 나빠진다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있지만... 늘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이런 시간을 갖는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촛불 앞에 있으면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고 내 안의 미움과 욕심도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행한 것은 바로 게으름 때문이라고요. 진실과 마주 서지 않으려는 회피, 정직하게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마와 자신의 코와 자신의 입술을 정면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게으름이 바로 더 큰 불행을 초래한다고 말입니다. - 본문 196쪽

공지영 작가의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에 있는 글이다. 그 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의 상황과 조금 달라서인지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책속 글들 하나하나가 우리들에게 선물이 되지만 이 글이 나에게 오래 남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내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사람은 책 한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아직 난 그런 사람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 무심코 지나친 책 속 한문장으로 내 마음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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